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상외교 공백’은 현실이 됐다. 외교부는 14일 한·미·일 3각 공조를 중심으로 한 한국 외교 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해 재외공관 및 주한 외교단과 긴밀히 소통한다 방침이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의 한·미·일 협력 성과가 정상외교를 앞세워 이룬 것인 만큼 민주주의를 위협한 대통령 본인의 일탈에 따른 공백 사태가 미칠 악영향은 상당할 전망이다.
외교부는 이미 ‘12·3 비상계엄 사태’로 충격을 받은 세계 각국을 상대하며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는 상황 관리 모드에 들어간 상태였다.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불가능하고, 외교부 장관이 포함된 국무위원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불가피한 선택이다. 외교부는 계엄 선포 및 해제 다음날인 4일 본부 및 전 해외공관에 “국내 정치 상황에 동요 없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주요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와 협력 중인 외교 일정을 차질 없이 관리하면서 현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열리기도 하고 날짜를 미루기도 하는 절차들이 있을 것이라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탄핵안 가결되자 직후 외교부는 전 재외공관 및 주요국 대사들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외교 정책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란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열 장관은 8일 외교부 실·국장 회의에서의 발언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계엄·탄핵 정국의 외교적 파장 수습에 나선 바 있다. 조 장관은 이번 사태 관련해 “우리에 대한 우방국의 신뢰와 국제사회의 기대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며 “상황이 매우 엄중한 만큼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로 엄무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 외교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줬다는 지적에는 “한·미 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고, 국제관계 신뢰 회복에 전념할 것”이라며 “법무헌정질서가 회복되면 빠른 시일내 정상화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미국에서 신 행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발생한 외교안보 초비상 국면이라는 점에서 안팎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슷하게 이번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를 넘겨받는 시점에 한국의 현직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됐다. 외교가에 따르면 당시에도 탄핵 국면에 접어들며 의미 있는 외교적 소통은 올스톱 되다시피 했는데, 이번엔 ‘두 번째 경험’이라 그나마 나을 것이란 웃지 못할 반응도 포착된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일 협력 구도에 얼마나 적극적일지도 알 수 없는 데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주한미군 철수 위협 등의 카드를 쓸 수도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에 변수가 더해지는 건 분명 좋지 않은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엄 사태 이후 줄곧 불편함과 당혹감을 드러내 온 미국, 일본은 물론 윤 대통령의 12일 대국민 담화 이후 중국에서도 반발을 표시하면서 외교적 부담은 또 한번 더해졌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거론한 중국인 연루 간첩 사건에 중국 외교부는 즉각 “한국 측의 언급에 깊은 놀라움과 불만을 느낀다”며 “한국 측이 내정 문제를 중국 관련 요인과 연관지어 이른바 ‘중국 간첩’이라는 누명을 꾸며내고, 정상적 경제·무역 협력을 먹칠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이 한국을 무비자 대상에 포함하는 등 한·중 관계가 개선 흐름을 타는 가운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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