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훈풍이 불던 한일 관계에서는 당장 정상간 '셔틀 외교' 등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다만, 양국 관계 전반적으로는 당장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
현 정부의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데다 '임시직'이라는 한계상 그간 외교 정책 기조를 갑자기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도 한일 관계를 중시하고 있어 한국 정부 정책이 크게 급변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현상은 유지될 전망이다.
실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탄핵소추안 가결 전 기자들을 만나 "한일관계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줄곧 이런 입장을 밝혀왔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1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 답변 과정에서도 "정부는 어떤 정권이어도 흔들리지 않는 한일(관계)을 확립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한일관계를 중시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때 재개된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이시바 총리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인 내년 1월에 맞춰 추진하던 방한 계획을 보류하고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를 방문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일본 정부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내년 1월 방한하면 한국이 그의 총리 취임 후 첫 양자외교 방문국이 됨에 따라 한국을 중시한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정상 간 셔틀 외교뿐만 아니라 양국 정부가 내년 수교 60주년을 맞아 논의해오던 각종 교류 행사 등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가 관계자는 "아무래도 행사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정세가 불안해지자 한일해협을 마주한 한국과 일본 8개 시도현 지사가 참석하는 '한일해협연안 시도현 교류 지사회의'가 한국 측 지자체장 불참으로 취소된 바 있다.
또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도 한일의원연맹과 함께 양국 교류 증진을 위한 기념사업 개최 등을 논의하고자 15∼16일 방한하려던 계획을 중단했다.
한일 관계의 향방은 오히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취임 후 정책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본격화한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은 가치에 기반한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격자형 안보틀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이익을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 정책은 바이든 정권과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정권의 정책 변화 수준에 따라서는 바이든 정권 때 구축된 한미일 협력 틀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 심판이 끝나고 한국에 들어설 새 정권의 정책 기조도 물론 변수다.
실제 일본 언론은 한국 야당 주도로 작성돼 지난 4일 공개된 1차 탄핵 소추안에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 일본에 경도된 인사를 정부 주요 직위에 임명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다"는 문구가 포함된 점을 주목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이와 관련해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 동맹 강화를 추진해온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과 외교안보 정책의 타당성이 혼동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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