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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두 갈등 불안한 봉합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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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1 19:00:00 수정 : 2025-11-01 18:32:25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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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 왕국’ 美, 수출량이 곧 표심
가장 큰 손 中이 ‘외교 무기’ 삼아
양국 갈등 속 7년 만에 구매 중단
성난 美 농가… 트럼프 위기 봉착

최대 ‘대두 소비국’ 中도 부메랑
식용유·사료가격 급등→물가상승
에이펙 계기 재수입 물꼬 텄지만
“콩, 언제든 희생양”… 불씨는 남아
“중국은 콩이 부족하니 미국산 대두 수입을 4배로 올리면 좋겠습니다. 이는 중국의 대미 무역적자를 크게 줄이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신속하게 공급할게요. 고마워요, 시 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

지난 8월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직접 자국산 대두 수입을 촉구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달인 9월 중국의 미국 대두 수입은 ‘제로’였다. 이는 1차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2018년 11월 이후 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미·중 관계에서 대두는 단순한 농산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6년 만에 만난 양국 정상의 협상 테이블에 희토류, 반도체, 관세 등과 함께 오를 정도로 존재감 있는 외교적 수단이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회의를 계기로 미국은 대두 재수출의 물꼬를 트게 됐지만, 언제든 다시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표심’으로 연결되는 美 대두 수출

 

트럼프 대통령이 대두 수출에 이토록 매달리는 이유는 미국 농가의 생존은 물론 행정부의 정치적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대두 생산국 가운데 하나로 연 수확량의 40% 이상을 수출한다. 2024년 기준 미국의 대두 수출은 5221만t, 약 244억7000만달러(약 35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1%로 절반이 넘는다. 중국이 구매를 중단하면 미국 대두시장은 곧바로 수급불균형에 빠진다.

 

이런 일은 트럼프 집권 1기였던 2018년 실제 발생했다. 당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매기고 대두 수입을 단기간에 90%가량 줄였다.

 

곧바로 미국 농가에 대두 재고가 쌓였다. 미 농무부 농업경제연구청(ERS)에 따르면 2018~2019년 무역전쟁으로 인한 농산물 수출 손실은 270억달러로 추산됐는데, 그중 71%를 대두가 차지했다.

농가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정치권도 흔들렸다. 미국 대두 주산지인 중서부 ‘팜벨트’(아이오와·일리노이·네브래스카)는 대통령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스윙벨트’로도 꼽히는 만큼, 대두 농가 피해가 지지율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가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긴급 구제책을 내놨다. 농가에 144억달러(약 20조5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두 공급 과잉은 해소되지 않았다. 내수 소비 정체에 수출까지 줄자 가격도 급락했다. 2019년 대두 선물가격이 10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농가 소득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정부는 86억달러를 추가로 풀었다.

 

두 차례에 걸쳐 지급한 230억달러의 보조금 중 절반 이상이 대두 재배농가에 돌아갔다. 표심을 달래는 데는 효과적이었으나 농가 한 곳당 수만 달러씩 응급수혈을 해야 했다. 글로벌 대두 시장에서 수출 점유율을 브라질에 빼앗기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도 입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시작된 2차 미·중 무역전쟁에서 대두 농가는 또다시 희생양이 됐다.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대두 수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던 이유다.

 

◆세계 최대 대두 소비국… 식량 안보 직결

 

중국은 세계 최대 대두 소비국이다. 지난해 중국은 약 1억2500만t의 대두를 소비했고, 그중 1억500만t을 수입했다. 약 84%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의 식생활을 보면 중국이 왜 이렇게 대두를 많이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다. 중국은 콩 요리나 두부를 만드는 데 자국산 콩을 사용한다. 수입산은 대부분 가공용이다. 기름을 짜 식용유를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대두박)로 돼지, 닭, 어류의 단백질 사료를 만든다. 음식에 기름을 많이 사용하면서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이자 생산국인 중국에 콩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전략적 자원이다. 국제 대두가격이 오르거나 수입이 조금만 줄어도 식용유와 사료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중국은 이런 상황을 2018년 미·중 무역전쟁에서 겪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2017년 3290만t에서 2018년 1660만t으로 절반 넘게 줄였다. 미국에 타격을 주는 데 성공했지만 자국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브라질산 수입을 늘리니 품질은 하락하고 운송비와 환율 부담이 더해졌다. 식용유값과 사료값 급등에 식품 가격도 줄줄이 올라 물가 상승을 초래했다.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8년 하반기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 그중 식품 물가가 4%로 큰 폭 올랐다. 중국은 이후 수입 대두의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브라질과 협력을 맺고 안정적인 대두 공급망을 구축해 왔다. 지난해 기준 중국 수입 대두에서 브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71%, 미국은 21%로 크게 벌어졌다.

 

하지만 물류비가 저렴하고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한 미국산 대두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도 손해다. 대두는 경쟁국인 미국 행정부가 직접 압박하기에도 좋은 카드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대두를 가볍게 다룰 수 없다.

대두. 신화연합

◆여전한 시한폭탄… “수출 다변화” 목소리

 

30일 미·중 정상이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희토류 규제 완화, 미국의 대중국 관세 완화 등을 포함한 내용에 합의하기로 하면서 미국 농업계에는 기대감이 확산했다. 국제 대두 가격이 상승하는 등 시장도 반응했다.

 

하지만 이 합의가 장기적이고 견고한 거래 구조가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중국 대두 관련 정책은 이미 그 반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 작물인 대두의 수입 의존도가 80%를 넘는다는 것은 중국의 식량 주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약점으로 지목돼 왔다. 이에 중국은 대두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산 대두 재배 확대, 사료 내 대두박 비중 축소, 수입선 다변화 등의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중국은 사료 내 대두박 투입률을 2022년 14.5% 수준에서 2024년 약 12.9%까지 낮췄다. 목표대로라면 2030년에는 10% 수준까지 떨어진다. 이는 중국의 대두 수입 수요가 줄어들 것임을 의미한다.

 

남미산 대두와의 경쟁도 쉽지 않다. 중국 대두 시장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산은 이미 안정적인 수입선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다. 가격과 품질면에서 경쟁력이 월등하지 않으면 미국산 수입이 재개되더라도 예전처럼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있다. 수출의 절반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대두는 양국 관계 변화에 따라 언제든 다시 협상 카드로 등장할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전문가와 농가들은 대두 수출 시장 다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 장관은 지난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더 이상 한 나라, 특히 중국 하나에 대두 수출을 의존할 수 없다”며 “농가들이 이 상태를 벗어나도록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앨런 수더맨 스톤엑스 수석 상품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이미 미국산 대두에서 브라질산으로 빠르게 선회하고 있으며, 미국 농가는 저장공간 부족과 가격 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지금은 새로운 수출시장을 찾아야 할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농가들도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대두협회(ASA)는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 대두농가들은 중국이라는 거대 수출시장에 과도하게 기대 왔고,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위기는 반복될 것”이라며 “새로운 수출처 발굴과 국내 소비 확대를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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