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는 2007년 이후 하위권만 맴돌았다. 천하의 명장이라는 김응용, 김성근 감독을 데려와도 소용없었다. 그러다 2018년, 11년 만에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아들었지만 이후 또 암흑기에 빠져들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9위-10위-10위-10위-9위-8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랬던 만년 하위권팀이 2025년에 정규리그 2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뒀으니 혹자는 대성공이라고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분명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최종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기회가 분명히 있었기에 대성공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아니 팬들의 상실감은 더 크다. 위치에너지가 크면 실패했을 때의 아픔도 큰 법. 성공과 실패가 교차했던 2025년 한화를 복기해보자.
전반기는 그야말로 화려함 그 자체였다. 시즌 전만해도 잘해야 5강권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리그 전체를 흔드는 돌풍을 일으켰다. 전반기에만 12연승(4월26일~5월11일), 10연승(7월4일~22일) 등 KBO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단일 싣즌 두 차례 10연승 이상을 기록하며 신바람을 냈고, 1992년 전신인 빙그레 시절 이후 33년 만에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2위 LG에 4.5경기 차 앞선 넉넉한 1위였기에 한국시리즈 직행 분위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7월22일엔 2위 LG에 5.5경기 차까지 앞서나갔다.
그러나 7월까지 철벽이었던 마무리 김서현이 8월 들어 극악의 부진을 거듭하면서 한화 팀 전체가 비틀거렸고, 그 사이 후반기 미친 대폭주를 보이던 LG에게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 특히 8월 5일~10일, KT-LG로 이어진 6연전이 한화 입장에선 통한의 한 주였다. LG와의 주말 3연전이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김경문 감독은 순리대로 선발진을 운영했다. KT와의 3연전에 폰세-와이스 원투펀치를 가동했으나 1승2패 루징 시리즈를 기록했고, 그 바람에 LG와의 3연전에는 첫날 류현진, 마지막날 문동주 사이에 선발 자리 하나가 펑크가 났다. 그 자리를 채운 게 극악의 부진으로 선발진에서 탈락했던 엄상백. 무엇보다 중요했던 LG와의 3연전에 엄상백을 선발로 내세운 건 마치 사막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LG와의 주말 3연전도 1승2패 루징시리즈로 마치면서 선두 수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간 LG에게 헤게모니를 빼앗겼다. 올 시즌 한화에게 가장 아쉬웠던 첫 번째 장면이었다. 폰세를 KT전에 썼다면 와이스는 LG전에 쓰는 등 LG와의 주말 3연전을 위닝 시리즈 이상으로 가져가는 결단이 필요했지만, 김경문 감독은 그런 승부수를 던지지 못했다.
이후 LG에게 리그 주도권을 넘겨준 한화는 정규시즌 막판에 다시 선두를 넘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LG는 한국시리즈 직행을 위한 매직넘버 1을 남겨놓고 정규시즌 마지막 3경기를 모두 패하면서 자력으로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짓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한화는 여기에서도 통한의 실패를 하고만다. LG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NC에게 패한 지난 1일 SSG와의 원정경기에서 5-2로 앞선 9회 세이브를 위해 올라온 마무리 김서현이 2아웃을 잘 잡고 이후에 투런포 두 방을 허용하는 믿을 수 없는 블론세이브로 경기를 내줬다. 이 경기로 한화는 타이브레이커의 꿈이 날아갔고, 타이브레이커를 각오하고 퇴근하던 LG 선수들은 행운 섞인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김경문 감독으로선 김서현이 현원회에게 첫 번째 투런포를 맞은 직후, 혹은 홈런을 맞은 뒤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두 번의 투수교체 기회가 있었지만 끝까지 김서현을 믿었지만, 결국 그 ‘믿음의 야구’는 이율예의 끝내기 투런포라는 비극적 결과로 돌아왔다.
오랜 기간 1위를 달렸고, 막판에 탈환의 기회가 눈앞에 있었음에도 아쉽게 플레이오프 직행으로 만족해야 했던 한화. 상대는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뚫고 올라온 삼성이었다. 오랜 휴식으로 힘을 비축하며 기다리고 있을 LG를 한국시리즈에서 만나 제대로 붙기 위해선 4차전 이내에 끝내야했지만,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와 ‘내일을 바라보는 운영’으로 인해 5차전 혈투를 거쳐야했다. 2승1패로 리드한 플레오프 4차전에서 5회까지 4-0으로 앞서나가며 한국시리즈 진출이 눈앞에 오는 듯 했지만,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폰세, 와이스를 등판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을까. 김경문 감독과 한화 벤치의 투수 운영은 느슨해졌다. 6회 황준서를 올렸다가 한 점을 내주고, 가을야구 들어 극악의 부진을 보이던 김서현을 마무리 상황이 아닌 조기투입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김서현은 김영웅에게 동점 쓰리런포를 맞고 쓰러졌다. 7회에도 김영웅에게 결승 쓰리런포를 맞고 4차전을 내준 김경문 감독은 결국 5차전에 폰세와 와이스를 총동원한 끝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다.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른 대가는 컸다. 한화가 LG에게 갖는 비교우위 요소는 딱 하나. 폰세-와이스로 이어지는 외인 원투펀치의 위력이었지만, 그 둘을 플레이오프 5차전에 소모해버리는 바람에 잠실에서 치러진 1,2차전에서 쓸 수 없게 됐고 시리즈 전체 투수운영이 꼬여버렸다. 결국 잠실에서 치러진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LG 타선에게 21점을 내주며 2연패로 대전 홈으로 내려오게 됐다.
대전 홈에서 치른 3차전에서 1-3으로 뒤지다 ‘약속의 8회’에 대거 6점을 뽑아내면서 한화는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4차전도 9회까지 4-1로 앞서면서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릴 기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김경문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믿음의 야구’가 독이 되어버렸다. 8회 2사에 올라와 9회 마운드도 지킨 마무리 김서현은 선두타자 볼넷-투런포를 맞으며 역전회 빌미를 제공했고, 후속 투수들도 줄줄이 무너지며 4-7로 패했다. 2승2패가 될 상황이 1승3패가 되면서 벼랑 끝에 몰렸고, 분위기를 LG에게 넘겨준 한화는 5차전에서 패하며 파란만장했던 2025시즌을 마쳤다.
개인 통산 다섯 번째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친 김경문 감독은 5차전을 마친 뒤 “항상 2등은 많이 아쉽다. 선수들은 한 시즌 열심히 잘했고, 우승한 LG에 축하 인사를 전하며 우리도 내년에 더 잘하도록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번 한국시리즈의 아쉬운 부분에 대해 “제 4차전에서 우리가 좋은분위기를 탈 수 있었지만, 역전패로 인해 상대에게 흐름을 내준 것이 아쉽다”며 “우리 어린 선수들이 좋은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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