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이 멈추면 우리 공장은 다음달 문 닫습니다.”
경남 창녕에서 양파즙을 생산하는 한 중소업체 대표의 말이다. 그가 새벽배송 금지 논란을 두고 “유통의 동맥이 끊길 위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택배기사 과로 방지’를 명분으로 심야(0~5시) 배송 금지를 추진하자 그동안 잠잠하던 중소 제조업체·농가·소상공인 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 택배기사에 이어 산업계까지 반대 대열에 합류하면서 논란은 전방위로 확산 중이다.
◆“새벽배송은 생태계”…중소상공인 단체들 잇단 성명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중소상공인협회(한중협)는 전날 긴급 입장문을 내고 “새벽배송은 대기업만의 사업이 아니라 수많은 중소 식품제조업체·납품업체·농가가 이 시스템에 맞춰 성장해 온 ‘유통 생태계’”라며 “금지는 곧 이 생태계의 붕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특히 “심야배송 종사자 상당수는 자발적으로 야간 근무를 선택한 사람들”이라며, 일률적 금지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권익 보호는 중요하지만, ‘일할 자유’와 ‘생계의 선택권’까지 빼앗는 건 과보호를 넘어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플입협)도 성명서를 통해 “일부 노동단체의 주장에 수많은 영세 온라인 판매자들이 피해를 본다면 이는 반(反)민생적 정책”이라며 “정부는 노동계 일방의 주장을 중단시키고, 합리적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플입협은 특히 이번 조치가 단순한 ‘택배 없는 날’ 수준이 아니라 온라인 유통 전체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새벽배송 금지는 단순 불편을 넘어 영세 자영업자를 폐업으로 몰아넣는 ‘경제적 쓰나미’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제조업계 “유통 생명선 끊긴다”…정부 산하 기관도 경고
유통망 단절에 대한 우려는 제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국 100여개 식자재·생활필수품 제조업체로 구성된 한국상생제조연합회는 “지방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새벽배송을 통해 아침 식탁에 오르며, 폐기 없이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었다”며 “이 흐름이 끊기면 재고와 부채가 한꺼번에 폭발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산업계 우려는 정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정책연구원의 분석에서도 확인됐다.
해당 기관은 보고서를 통해 새벽배송 금지 시 발생할 5대 피해로 △신선식품 공급 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 △유통망 단절 △고용 및 지역경제 위축 △소비자 신뢰 하락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특히 농어촌 중소상공인의 온라인 매출이 최근 3년간 최대 5배까지 증가한 배경으로 ‘새벽배송 인프라’를 꼽았다.
연구원은 “새벽배송이 사라지면 농가와 소상공인은 5~6단계 도매 유통으로 되돌아가야 하며, 그 결과 가격 상승과 수익 급감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 유통업계 “50만 판매자, 100만 농가 직격탄”
현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판매자는 50만명, 쿠팡 입점 중소상공인은 23만곳에 달한다.
지방 농가까지 포함하면 100만곳 이상이 새벽배송을 주요 판로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이들의 유통망이 한순간에 막히면 온라인 유통 생태계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단순 편의 서비스가 아니라 중소기업과 농가의 생존형 유통 인프라”라며 “노동계의 일방적 주장으로 이를 중단하는 건 국가 경제를 흔드는 결정”이라고 경고했다.
◆소비자·기사도 “멈추면 혼란”…‘민생 연대’로 번지나
소비자 여론 역시 ‘새벽배송 유지’에 압도적으로 기울었다.
‘소비자와함께’와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9명(89%)이 새벽배송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98.9%가 “앞으로도 계속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새벽배송의 핵심 인력인 쿠팡직고용 택배기사(쿠팡친구)들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심야배송은 쿠팡 물류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금지될 경우 대규모 인력 감축과 교통체증, 민원 폭증 등 ‘주간 배송 대란’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노동시간 개편·휴식 보장 중심의 현실적 대안 필요”
전문가들은 ‘금지’보다는 제도적 보완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노동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과로 방지 목적이라면 금지보다 휴식시간 의무화, 심야근무수당 강화, 순환근무제 도입 같은 실효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정책이 민생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사회적 대화의 본래 취지가 왜곡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새벽배송 논란은 단순히 ‘노동 vs 자본’의 구도가 아니다. 이는 ‘노동권 보호’와 ‘민생경제 유지’라는 두 가치의 충돌이다.
노동계가 제기한 과로 문제는 분명 해결되어야 하지만 그 해법이 수백만 소상공인과 농민의 생존권을 대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와 소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정책 결정의 방향이 ‘금지’가 아닌 ‘조정’으로 향하지 않는다면 이 논란은 단순한 산업 이슈를 넘어 대한민국 유통 생태계 전체를 뒤흔드는 경제적 파문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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