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년 역사의 고대 이집트문명을 총망라하는 대박물관 건립은 이집트 정부의 숙원 사업이었다. 건립 계획은 1992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시절 처음 세워졌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0년 개관을 목표로 2005년 첫 삽을 떴지만 3년 만에 국제금융 위기가 닥쳤다. 2011년 ‘아랍의 봄’ 봉기가 중동·북아프리카를 휩쓸면서 정치적 혼란으로 3년간 공사가 중단됐다. 완공 후에도 코로나19 대유행과 이스라엘·이란의 무력 충돌 등 불안정한 정세 탓에 개관일이 수차례 연기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이집트 대박물관(Grand Egyptian Museum)이 1일 공식 개관했다. 공사를 시작한 지 20년 만이다. 수도 카이로 인근 기자 평원의 대피라미드 옆 50만㎡ 부지에 세워진 대박물관은 축구장 70개 크기다. 거대한 개방식 전시장에 5만점 이상의 유물이 전시되는데, 단일 문명의 박물관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전시품(약 3만5000점)을 뛰어넘는다. 전시물을 모두 관람하려면 잠을 자지 않고 꼬박 70일이 걸린다고 한다.
피라미드를 본떠 우뚝 솟은 삼각형 유리 외관을 자랑하는 박물관 입구 아트리움에는 이집트에서 가장 유명한 파라오인 람세스 2세의 화강암 석상이 서 있다. 3200년 전 작품으로 높이는 11.3m, 무게는 83t에 이른다. 1922년에 발굴된 파라오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나온 장례용 침대와 전차, 황금 왕좌 등 유물 5000여 점을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피라미드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진 파라오 쿠푸가 부장될 때 함께 묻혔던 4500년 된 목조선도 전시됐다. 세계적 명소의 등장이 반갑다.
국영 주간지 ‘아흐람’은 “이집트 대박물관은 루브르나 대영박물관의 복제본이 아니라, 이 둘의 응답이다. 저 박물관들은 제국에서 태어났지만, 이 박물관은 진정성에서 태어났다”고 평가했다. 자히 하와스 전 이집트 관광·고고학부 장관은 “대영박물관의 로제타석, 루브르박물관의 조디악, 베를린의 네페르티티 흉상 등 세 가지 유물을 반환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집트가 강탈당한 고대 유물들이 돌아와 대박물관에 같이 전시되면 더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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