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승이 내려온다.”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1교시 국어 문학 영역에 나온 판소리 ‘수궁가’ 지문이다. 이 지문을 읽은 뒤 수궁가를 바탕으로 만든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노래가 계속 맴돌아 힘들었다는 수험생들의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이 노래는 중독성 강한 반복적 멜로디와 리듬이 특징이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계속 떠오르는 노래를 흔히 ‘수능금지곡’이라고 표현한다. 로제의 ‘아파트’, 샤이니의 ‘링딩동’, 레드벨벳의 ‘덤덤’ 등이 대표적인 수능금지곡으로 꼽힌다. 공통적으로 단순한 선율에 반복적인 리듬, 귀에 꽂히는 후렴 등의 요소를 갖췄다.
이러한 노래가 계속 반복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도 있다. 마치 귓속에 벌레가 있는 것 같다는 의미에서 ‘귀벌레 증후군’이라고 불린다.
이 현상은 뇌가 음악을 처리하고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이 결합해 발생한다. 멜로디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래를 들으면 뇌의 청각 피질은 음악적 패턴을 계속 재생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곡의 전체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면 뇌가 비어있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반복 재생을 시도하면서 이런 현상이 강화되기도 한다. 감정적으로 연결된 음악일수록 뇌에 강하게 각인돼 더 오랫동안 귓가에 맴도는 경우도 있다.
즉 귀벌레 증후군은 정상적인 뇌의 작동 과정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누구나 흔하게 겪는 현상이다. 대부분 짧게는 수분, 길어도 하루나 이틀 안에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제임스 켈라리스 미국 신시내티대학 교수는 2009년 연구를 통해 “전 세계 인구의 98%가 귀벌레 현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도의 집중력과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수능과 같은 시험에서 귀벌레 현상이 발생하면 뇌는 멜로디를 반복 처리하느라 문제를 풀 때 사용해야 할 인지 자원을 소모하게 된다. 당장 풀어야 할 문제의 정보를 잠시 저장하고 조작해야 하는 작업 기억의 핵심 기능도 방해를 받는다.
귀벌레 증후군 방지를 위해서는 다른 뇌 활동을 하는 방법이 권고된다. 복잡한 퍼즐을 풀거나 어려운 계산을 하는 논리적 사고,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언어적 사고를 요구하는 활동이 효과적이다. 백색 소음이나 클래식 음악 등 다른 안정적인 음악으로 기존 소리를 밀어내는 방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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