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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백두산 대폭발땐 재앙

유사이래 최대규모 폭발 가능성
한반도 피해 최소화할 대책필요

관광 성수기 때 하루 1만6000∼1만8000명이 백두산 정상을 밟는다. 한국인에게 백두산이 주는 의미가 그 무엇보다도 특별하기 때문이다. 그런 백두산이 조만간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에 많은 한국인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화산은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불의 신 불카누스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그는 화산의 신이면서 대장장이·장인·금속·야금과 관련되는데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동부에 있는 에트나 화산이 그의 대장간이다. 그가 화산의 신으로 인식되는 것은 화산이 그만큼 인간에게 큰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종호 과학저술가
화산폭발은 인류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자연현상 중 하나이다. 인류가 기억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화산폭발은 기원전 693년에 있었던 에트나 화산이다. 에트나 화산은 높이가 3329m로 유럽에서 가장 높으며, 약 250만 년 전에 화산활동이 시작돼 역사상 200번 이상 폭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인이 화산의 신으로 에트나에 있는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를 거론하는 이유다.

1816년은 지구상에서 소위 ‘여름이 없던 해’로 알려진다. 지구 전체가 빙하기의 도래를 걱정해야 했을 정도로 지독한 추위가 닥쳤는데 그것은 1815년 4월 5일 인도네시아 숨바와 섬의 탐보라 화산이 분출했기 때문이다. 탐보라 화산의 화산폭발지수는 7이었다. 화산폭발지수는 화산폭발의 지속시간, 화산분출물의 양 등을 종합해 화산폭발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1에서 8까지로 구분되며, 숫자가 1씩 증가할 때마다 폭발강도는 10배씩 증가한다. 약 7만4000년 전 분출한 인도네시아의 토바 화산의 화산폭발지수가 8로 인류가 경험한 것으로는 가장 강력했다고 알려진다.

그런데 백두산이 고려 정종 원년(946)과 947년 대폭발했을 때 화산폭발지수는 7.4였다. 이들 폭발은 1991년 폭발한 필리핀 피나투보의 10배, 2010년 폭발한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보다 1000배를 넘는 대형 폭발로 천지 분화구에서 분출한 화산재와 가스는 서풍을 타고 북한의 함경도를 거쳐 1000㎞ 이상 떨어진 동해와 일본 동북부와 홋카이도까지 퍼졌다.

백두산 폭발이 주목받는 것은 고려 때보다 강도가 더 높은 유사 이래 최대 규모가 될지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백두산이 대폭발하면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으로 예상하는데 천지에 20억 톤의 물이 있기 때문이다. 백두산 폭발로 대홍수가 발생해 큰 피해가 일어나는 것은 물론 백두산 마그마가 점성이 높은 유문암 성분이어서 한꺼번에 분출되면 파괴력이 더 커진다.

가장 궁금한 문제는 살아있는 화산인 백두산이 언제 폭발하느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학자에 따라 다르다. 폭발주기가 임박해 5년 이내로 폭발할 것으로 예상하는 학자가 있는 반면 백두산의 분출 잠복기는 약 300년으로, 다음 100년 안에 분출할 확률이 매우 높지만 조만간 백두산이 폭발할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말한다. 백두산이 10세기 중반 때와 같은 대규모로 폭발할 것이라는 근거도 아직 없다. 백두산이 10세기 중반 대폭발 이후 5∼6번 분화 기록이 있지만 그때마다 규모가 작았다.

또 하나의 질문은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대한민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단기간 동안은 화산재로 인해 정밀 제조업 결함, 호흡기 질환 증가, 항공기 결항 등 간접적인 영향을 받기는 하겠지만 주 피해지는 중국과 북한, 일본으로 추정한다. 고려시대의 대폭발 때도 그랬지만 화산재가 편서풍을 타고 함경도∼동해∼일본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백두산이 폭발하더라도 한국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어떤 연유로든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은 우리 몫이다.

이종호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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