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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 삼성화재 횡포‥우는 영세 정비업체들

공임 4배차, 일반 정비업체 34만원, 블루핸즈 122만원
삼성화재, 낮은 수가에 대금 장기 미지급도 다반사

 정비업체에 대해 수퍼 갑인 삼성화재(김창수 대표이사)의 이중적 행태가 드러났다. 삼성화재가 통상적으로 일반 정비업체와 계약하고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 공임을 자동차회사 직영정비업체에 지불하고 있는 것. 

<이코노미세계> 취재 결과 삼성화재는 현대자동차 블루핸즈에는 일반정비업체에 비해 약 4배에 달하는 공임을 산정해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비수가 문제로 영세 정비업체와 손보사 간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화재의 이 같은 이중적 태도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현대자동차 시화공단 블루핸즈점에서 수리한 차량의 ‘보험수리비 청구서’를 입수했다. 이 청구서에 기재된 공임은 총 122만5210원. 이 수리차량과 동일한 부품과 작업내용을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정한 표준작업시간과 시간당공임 2만5천원으로 계산해 보험수리비 청구서 견적을 내보았다. 그 결과 공임 합계는 34만2116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정비업체들이 받는 수준과 같다. 문제는 공임의 차이가 4배나 난다는 점이다. 

 ◆영세업체엔 강자, 대기업엔 약자

왜 이렇게 큰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정비업체들은 각 손보사와 1년에 한번 보험수가와 관련해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는다. 차량 정비요금은 작업시간 곱하기 시간에 따른 공임으로 정해진다. 작업시간은 통상적으로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원에서 정한 수준에서 손보사와 정비업체 간 합의된다.

공임은 ▲부품 탈부착 ▲판금 ▲도장 세가지로 구분해 계약된다. 일반정비업체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재계약시 시간당 공임을 올리려 하지만 일부 손보사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자금사정이 어려운 영세정비업체는 손보사에서 대금결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영난이 가중되기 때문에 손보사의 일방적인 계약 조건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 2010년 국토교통부 장관이 과도한 수리비 방지를 위해 공표한 표준작업시간과 시간당 공임 수준도 받지 못하는 업체가 태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화재의 블루핸즈에 대한 공임 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손보사들이 주장해 온 “공임인상은 소비자 보험료 가중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오히려 직영점에 과다한 공임 지급으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보험 가입자가 보험가입 시 할증 기준 금액을 200만원으로 선택했다면, 일반 정비업체에서 150만원의 견적을 받았을 경우 보험료 할증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공임이 턱없이 높은 블루핸즈에서 200만원을 초과하는 견적으로 수리를 받게 된다면 보험료 할증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손보사가 업체와 개별계약을 진행할 때 시간당 공임은 원가를 판단해 결정한다”며 “원가에는 정비업체 직원교육, 복지, 처우 등이 고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제조사 직영점은 대부분 깨끗하지 않느냐”며 “그러한 것들이 다 고려 대상이 되어 일반정비업체보다 원가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루핸즈 직영점과 일반정비업체와 공임 격차가 4배나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삼성화재 홈페이지 캡쳐.

◆‘갑’횡포 손보사에 ‘을’ 폐업위기 내몰려

“올해 3월까지 삼성화재가 2010년 이후 미지급한 대금은 1억6천 만원, 230건이 넘습니다. 지급 내역을 놓고 이런저런 이유로 대금을 삭감하는 일은 다반사고, 그마저도 제때 지급하지 않지만 정비업체는 한마디 항의도 할 수 없습니다. 시장점유율 27%인 삼성화재에 밉보이면 일감도 없어 결국 폐업위기까지 내몰리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안산 우리자동차정비 장현준 사장의 얘기다. 손보사들의 횡포는 수가산정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비업체가 수리내역에 대한 대금 청구서를 보내면 손보사는 자의적 판단으로 작업 일부를 누락하거나 대금을 삭감하기 일쑤다. 또한 장 사장의 사례와 같이 대금을 청구했지만 과도한 청구라며 대금 지급을 미루기도해 영세정비업체는 고사 직전까지 내몰리는 상황이다.  

여기서도 삼성화재의 수퍼갑 행태는 손보사 중 두드러진다. 삼성화재의 경우, ‘청구 가이드북’을 만들어 협력업체에 일방적으로 따르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청구 가이드북’에는 대금에 관해 정비업체와 이견이 발생했을 때 협의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손보사에 대금을 청구하는 부품대리점 등 협력업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익명을 요구한 강원도의 한 부품대리점 한모씨에 따르면 “손보사와 부품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할 때 보통 5% 정도 할인 조항을 넣는다. 
삼성화재는 7%다. 여기에 대금을 청구하면 계약 할인 외 추가로 일방적 삭감을 해 대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55만원을 청구하면 어김없이 대금은 50만원으로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즉 삼성화재와 계약을 7%로 해도 결과적으로 10%를 떼어가는 셈이어서 손해가 크다는 것.

◆갑횡포, 소비자 피해로 이어져

취재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익명을 요구했다. 잘못 하소연했다가 삼성화재에게 찍혀 일감을 빼앗길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정비업체들은 삼성화재 측과의 갑을 관계가 관행으로 굳어진 상태에서 상생과 신뢰를 찾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손보사와 정비업체와의 갈등은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갑을관계 개선은 시급하다.

최동일 경기도자동차기술연구소 소장은 “현재 자동차정비업체계는 수리 품질이나 고객 만족도에 대해 비전을 찾거나 고민할 여력이 없다”면서 “손보사들은 부품 교환율을 낮추라고 하지만 수리시간을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데, 현실적으론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자동차수리 서비스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삼성화재와 같은 대형 보험사가 정비업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일본 등과 같은 자동차 선진국처럼 수리 품질을 인정해 줘야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된다. 대형보험사들이 수익 극대화만 꾀하면 자동차 선진국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효주 기자 hj0308@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