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제약사, ‘전통’으로 ‘사회적 기업’ 거듭나다 입력 2014-09-24 13:15:46, 수정 2014-09-24 13:16:42 한국 사학계의 1세대였던 故 이기백(1924~ 2004) 교수는 전통에 대해 “과거로부터 이어온 것으로 현재의 문화창조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이란 단순한 옛 것이 아닌 현대문화와 ‘소통(疏通)’하는 도구의 의미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전통은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하는 셈이다. 국내 제약산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상표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이미 회사 자체가 전통이 되어버린 셈이다. 하지만 기업 이미지는 소비자에겐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고루해 보이고 딱딱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즉, 세련되지 못한 모습이다. 이 가운데 이러한 단점을 거꾸로 살려 전통 문화를 장려하고, 미래를 향한 사회적 공헌활동을 펼치는 기업들이 있어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동화약품, ‘밥상머리’서 예(禮) 배운다 우리 선조는 예로부터 끼니마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고 예절을 배웠다. 이런 밥상 위 소통은 세대간 화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특별한 교육 없이도 자녀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동화약품은 이 점을 착안 지난 2010년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1인 가구도 늘어난 데다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식사 중 가족 간 대화가 현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동화약품이 최근 직장인 대상으로 식사 중 대화시간을 조사한 결과 약 절반(44.6%)은 가족·동료와 식사 중 대화를 채 10분도 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통의 단절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이 식사 시 대화시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응답자의 40.9%가 스마트폰 등장 이후 '대화 시간이 짧아졌다'고 했고, 33%는 '대화 시간에 변화는 없지만 대화 집중력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이를 두고 “가족과의 식사 횟수는 청소년 약물 중독 사례 수와 반비례하고, 가족의 정서적인 결속과 자녀들의 지적 능력 향상 사이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가족식사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동화약품은 2010년부터 '하루 한 끼 가족이 밥상에서 만나자'라는 메시지를 담은 TV 캠페인과 ‘맑은바람 캠페인’을 펼쳤다. 지난해는 ‘밥상머리교육 수칙’을 제정하고 올바른 식사 예절 알리기에 앞장섰다. 올해는 대상을 더욱 확대해 직장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밥상머리교육 수칙’ 개발자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이현아 교수와, '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의 저자 정우열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 맑은바람 캠페인의 자문의원으로 참여 '맑은바람 캠페인 실천단'을 결성했다. ◆한독, ‘조선왕실 생로병사’ 특별 전시회 개최 한독은 창립 60주년과 한독의약박물관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올해 7월부터 이달 14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과 공동 주최로 ‘조선왕실의 생로병사-질병에 맞서다’ 특별 전시회를 개최했다. 한독의약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박물관이자 기업박물관으로 한독 창업주인 고 김신권 명예회장이 설립했다. 지난 1957년 그는 사업차 들린 독일 현지 약학박물관에 크게 감동 받고서 사라져가는 우리나라 의약학 유물을 모아 훌륭한 의약박물관을 세워야겠다는 꿈을 품게 됐다. 그 후로 7년 동안 유물을 수집해 1964년 한독의약박물관을 개관했다.
이번 특별 전시에서는 ‘왕과 가족의 탄생’, ‘왕의 질병과 사인’ 등을 테마로 조선 왕실의 생로병사에 대한 다양한 유물이 전시됐다. 임금의 탕제에 독약을 넣는 것을 막기 위해 은자물쇠가 부착된 ‘백자은구약주전자’, 궁중 내의원에서 사용한 ‘경혈을 나타낸 인체상’, 영조가 65세의 나이에 자신의 시력을 시험해 보고자 아주 작은 글씨로 적은 글 ‘기년시안’ 등이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관람객들이 참여하는 체험 학습도 눈에 띄었다. 신청자에 한해서만 진행된 ‘궁중어의’ 체험과 직접 소화제를 만들어 보는 ‘소화제 만들기’는 참가자가 한꺼번에 몰려 담당자들이 곤혹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을 내달 5일 까지 연장했다. 이에 대해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제약사는 규모를 따져봤을 때 타 기업 보다 소비자 접점이 크지 않아 사회적 활동을 크게 펼치지 않아도 되는 기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제약회사들이 기업으로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역사적 책임(Corporate Historial Responsible)’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베이트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품은 일반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와 내부 임직원에 대한 자부심 고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