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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의디지털세계] 외계인 찾아야 해, 말아야 해

외계문명 찾아나선 SETI 프로젝트
위험성 논란 시끌
에일리언 초청장
수만년 걸려야 답신
지구침공은 글쎄…

“외계인을 찾아 나서야 한다” vs “위험하다”

외계인과 미확인비행물체(UFO)의 실존 여부는 대체로 진지한 논쟁거리가 되기 힘들다. 토론의 기반이 되어야 할 정보는 적고 음모론만 무성하다. 하지만 “인류가 외계 문명을 탐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주제는 다르다. 인류 존속과 직결되는 문제로서 지성 사회에서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구인의 외계문명 탐색은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마이크로파장을 활용해 항성 간 신호 탐색이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진 196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정점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 등과 버클리·스탠퍼드·하버드 대학 등이 참여한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SETI)’ 프로젝트다.

박성준 산업부 차장
외계로부터 오는 전파, 메시지를 탐색하는 SETI에서 한발 더 나아가 외계로 메시지를 보내는 외계 문명 탐사 프로젝트는 보통 ‘능동적 탐사활동(Active SETI)’ 또는 ‘METI’로 불린다.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는 1970년대 발사돼 이미 태양계를 벗어난 파이어니어10호, 11호, 보이저호 등에 실린 금속판 등이다. 인간의 모습을 그린 그림, 수학 공식, 거리 소음, 아기 울음소리, 현악사중주, 지미 카터 대통령의 인사말 등이 외계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들어있다.

전파 메시지로는 1974년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에서 0과 1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총 1679개 문자를 허큘리스 성단으로 쏘아 보냈다. 이 메시지에는 10진수, DNA를 이루는 원자번호, DNA 뉴클레오티드 정보, 인간, 인구밀도, 태양계 정보(지구의 위치) 등이 들어있다.

‘백사장에서 바늘찾기’라는 외계 탐색의 가장 두드러진 결과물은 ‘와우(WOW) 신호’다. 1977년 8월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진이 사수자리에서부터 비정상적인 강한 전파를 72초 동안 수신했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전파를 쏘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신호는 두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SETI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재개된 건 지난 7월 러시아 백만장자 유리 밀러가 10년 동안 1억달러를 SETI 프로젝트에 쾌척하기로 한 덕분이다. SETI로는 최고의 전파망원경 2기를 동원해 지금보다 100배 더 빠른 속도로 우주를 탐색할 계획이다. 또 능동적 SETI로는 총상금 100만달러를 걸고 인류와 지구를 표현하는 외계에 전할 메시지를 공모하기로 했다.

SETI 반대진영은 외계문명 탐색, 특히 능동형 SETI에 대해 “밀림 속에서 무작정 소리지르는 것”이라며 반대한다. 전기차업체 테슬라모터스와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한 천재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이다. 올 초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서 저명한 천문학자 등 28인과 함께 능동적 SETI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메시지를 받을 외계인이 선한 존재인지, 악한 존재인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이들을 초청하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다. “기술을 발전시킨 지 얼마 되지 않은 생명체로서 인류는 소리를 지르기보다 먼저 귀를 기울이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주장이다.

영국 석학 스티븐 호킹 교수는 지속적으로 SETI 활동에 참여하면서도 외계문명 접촉의 결과에 대해서는 매우 우려하는 편이다. “자기 행성의 자원을 고갈시킨 문명이 우리를 발견하면 어떤 행동을 할지 뻔하다”, “옛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땅을 발견하고 원주민들을 어떻게 했는지 돌이켜보라” 등의 말을 남겼다.

이쯤 되면 외계 문명의 지구 침공 가능성을 한번쯤 생각하게 된다. 알려진 사실을 종합하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1974년 2만5000광년 거리의 성단을 향해 보내진 아레시보 메시지는 원래부터 이 같은 문제를 고려했다. 설령 답신이 온다 해도 수만년이 걸려 지구 문명 멸망 후에야 도착할 가능성이 높다. 또 러시아 갑부의 외계탐사 프로젝트는 외계 메시지를 실제 송신할 계획은 아직 없다. 외계 지성체와 우리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전 세계적 논의를 일으키려는 게 주목적이다. 외계 지성체 소통에 고려해야 할 윤리적·철학적 문제에 대한 범세계적 논의 이전에는 어떠한 메시지도 쏘아올리지 않겠다고 한다. 소통은 그만큼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문제다.

박성준 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