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증시 안정화 ‘톡톡’… 거래 활성화는 ‘글쎄’

주식 가격제한폭 확대 1년

오는 15일이면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된 지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거래량 확대와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하며 코스피는 17년 만에, 코스닥은 10년 만에 가격제한폭을 변경했다. 지난 1년간의 시장을 돌아보면 제도는 큰 혼란 없이 안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상·하한가 기록 종목이 줄어들면서 변동성은 완화됐다. 반면 시장 전반이 침체를 겪은 탓에 거래 활성화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상·하한가 종목 감소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6월15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상·하한가 종목수는 하루 평균 6.4개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부터 제도 확대 전까지 하루 평균 22.8개였던 것과 비교해 3분의 1가량 감소한 수치다. 코스피 상한가 종목은 6.4개에서 2.4개로, 코스닥은 12.3개에서 3.7개로 줄었다. 하한가 종목수는 제도 시행 전 4.1개였던 것이 0.3개로 13분의 1이나 감소했다. 특히 코스닥 하한가 종목수가 하루 평균 3.3개였던 것이 0.2개로 급감했다. 코스피는 0.8개에서 0.1개로 낮아졌다.

상·하한가 종목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인위적인 가격 형성이 줄어들고 시장 본연의 균형가격 발견 기능이 강화됐다는 의미다. 이전에는 자석효과(가격제한폭에 근접할수록 자석처럼 투자자를 유인해 변동성이 오히려 확대되는 것)나 주가 과잉반응(상한가 또는 하한가가 형성된 다음날 장 초반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현상) 등의 부작용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수일에 걸쳐 반영됐던 악재와 호재가 최근에는 거의 하루나 이틀 정도면 다 반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제한폭 확대와 함께 도입된 단계별 서킷브레이커스(CB)나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 등도 시장 안정화 효과를 나타냈다. 제도 도입 후 CB는 지난 2월12일 코스닥 시장에서 한 번 발동됐다. 정적 VI는 코스피에서 하루 평균 56회, 코스닥에서 94회 발동됐다.

투자자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주식 투자정보 사이트인 ‘팍스넷’에서 지난 6일부터 진행 중인 ‘가격변동폭이 수익률에 미친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이날 현재 ‘좋아졌다’는 응답이 50%다. ‘나빠졌다’는 37.5%, ‘그럭저럭’이라는 응답은 12.5%로 집계됐다.

◆‘품절주’ 투기 완화는 숙제

가격제한폭 확대 후 유동성이 낮은 종목들의 이상 급등락 현상은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유통주식수가 적은, 이른바 ‘품절주’는 조금만 주문이 몰려도 가격이 쉽게 변하기 때문에 건전한 시장의 움직임을 해친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데즈컴바인이다. 유통주식수가 전체 상장주식의 0.6%에 불과하다. 지난 1월 2만원대던 주가는 3월 15만원대까지 치솟았고, 6월 들어서는 4만∼6만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주가조작이나 시세조종 세력에 대한 뚜렷한 정황 없이 가격이 급등락하면서 거래소는 수차례 거래정지 조치를 취하며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시행 첫달 우선주 주가가 상승한 것도 유동성 부족 때문이었다.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높은 배당금을 주는 주식으로 발행 물량이 적다. 태양금속 우선주의 경우 지난해 6월 말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품절주 리스트’가 나돌고 이런 종목에 대한 단타 투기성 매매가 성행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대했던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 효과는 없었다. 일평균 거래대금의 경우 가격제한폭 확대 전 8조9000억원에서 확대 후 8조4000억원으로 오히려 소폭 줄어들었다. 국내외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꺼리면서 가격제한폭 확대 영향이 반감됐다.

일평균 일중지수 변동성은 코스피 시장은 0.8%에서 1.0%, 코스닥 시장은 1.2%에서 1.4%로 늘었다. 일평균 일중지수 변동성이란 당일 지수의 고가와 저가 차를 고가와 저가의 평균값으로 나눈 값으로, 하루 동안 주가가 얼마나 출렁였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가격제한폭 확대가 중국 증시 급락과 미국 금리인상 결정 등의 대외변수와 맞물려 지수의 움직임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격제한폭 제도 개편으로 주식시장 안정화 장치의 실효성이 제고된 것은 긍정적 변화”라며 “앞으로 보다 더 효과적으로 시장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주식 유형이나 특성에 따른 VI 발동 등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