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혁신 현장을 가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딥체인지’로 제2 도약 승부수 (8) SK하이닉스 ‘상상타운’ / 매달 우수아이디어 낸 직원 선발 / 제안자 뿐 아니라 실행자도 수당 / 국내 5대 계열사 등도 벤치마킹 / 2017년 9500명 참여 3만5000건 적용 / 사내대학 SKHU 교육이 큰 도움 / 지식공유 서비스 준비 등 운영 확대 입력 2017-05-30 17:27:55, 수정 2017-05-30 23:21:04
SK그룹은 제2의 도약을 위해 ‘딥체인지(Deep change)’를 그룹의 새로운 경영모토로 정했다. 딥체인지는 창의와 혁신을 통해 빠르게 변하는 기술 발전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돌연사한다”고 경고하며 처음 언급한 후 딥체인지는 그룹 문화로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역시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걸림돌처럼 느껴질 정도로 반도체 기술의 변곡점에 있다”며 딥체인지를 위한 창의와 혁신을 강조했고,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상상타운’에서 머리를 맞댔다.
“계급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평민인데 왕을 모시게 됐네요.”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매달 이달의 상상킹과 상상퀸을 만나 이렇게 인사한다. 박 부회장은 바쁜 일정에서도 왕을 챙기는 행사에 빠지지 않는다. 이날만큼은 박 부회장이 ‘평민’으로서 왕과 여왕으로 뽑힌 직원들을 예우한다. 박 부회장은 경영자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낸 두 왕을 표창하고 고마움의 선물도 전달한다. 상상킹과 상상퀸은 SK하이닉스의 ‘상상타운’에 존재하는 계급이다. 상상타운은 SK하이닉스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사내 인트라넷 플랫폼이다. SK하이닉스 직원 누구나 떠오르는 창의·혁신안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곳에서의 계급은 평민-중인-귀족-왕으로 나뉜다. 기획안을 많이 내는 직원은 계급도 상승한다. 킹과 퀸을 넘어서면 상상타운의 ‘신’으로 불리게 된다. 상상타운에 제출하는 아이디어와 기획안의 주제에는 제한이 없다. 엔지니어나 생산직을 가리지도 않는다. 소속 팀 외에도 다른 부서에 대한 제안도 환영한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물론 이를 실행에 옮긴 직원에게도 수당이 제공된다. 타 부서에 낸 제안을 간섭처럼 여기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다. 아이디어는‘황금도토리’와 교환되며 이는 ‘상상타운 제안수당’으로 환급된다. ![]() 상상타운 이전 SK하이닉스는 직원들에게 아이디어 제안을 의무화했다. 사내 게시판에 직원 이름표를 붙여놓고 회사 발전 기획안을 내도록 한 것이다. 참여율은 저조했다. 상금을 두 배로 올려봤지만 불만만 늘었다. 2010년부터 참여자를 늘리기 위해 시작된 고민은 2014년 상상타운의 개발로 이어졌다. 아이디어를 자발적으로 내는 방식으로 바꾸자 직원 참여도 늘었다. 지난해 직원 1만3000명이 상상타운에 의견을 냈다. 올해는 벌써 9500명이 동참했고 그중 3만5000건이 실제 업무에 적용됐다. 상상타운 아이디어 증가와 맞물려 SK하이닉스의 연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2014년 8.3%에서 2015년 9.3%, 2016년 12.2% 등으로 높아지고 있다. SK그룹 내 계열사에서 상상타운 도입을 추진하는 곳이 있는 것은 물론 국내 5대 그룹 계열사에서도 SK하이닉스를 찾아와 상상타운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 상상타운이 올해 들어 유독 활기를 띠는 이유는 사내 대학인 SKHU 교육이 직원들의 지적 갈증을 해소해 줬기 때문이다. SKHU는 SK하이닉스대학으로 선임 이하급은 SKHU에서 반도체를 공부해야 한다. 교수진도 빵빵하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로 교수진이 구성됐다고 자부한다. 총장은 박 부회장이며 회사 임원들이 학장을 맡았다. SK하이닉스에서 은퇴한 임원들이 전임교수로 영입됐다. 일부 전임교수들은 국내 명문대학의 교수자리 제안에도 후배 양성을 위해 SKHU를 선택했다. 각 부서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실무진도 강의에 참여한다. 이렇게 모인 강사들은 모두 504명에 이른다. 학칙은 깐깐하다. 8년 동안 신입교육 10학점을 포함해 모두 50학점을 이수해야 책임이 될 수 있다. 1학점을 이수하기 위해서 8시간 교육이 필요하다. 시험도 치르고 성적 우수자에게는 장학금도 지원된다. ◆진화하는 상상타운 SK하이닉스는 상상타운이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평가하고 이를 확대할 방침이다. 우선 개발, 수율 향상, 생산성 극대화 등 해당 조직에서 풀기 어려운 난제가 있을 때 다른 조직의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전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함께상상’ 코너를 ‘아이디어랩’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평민인 임원급의 참여율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식공유 서비스’라는 새로운 코너도 준비 중이다. ‘가상의 직원(AI)이 궁금한 것을 알려준다’는 개념이다. 질문을 올리면 사내 전문가를 시스템적으로 찾아 답변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미 여러 시스템에 등록된 비정형적 데이터를 기초로 임직원 개개인의 전문 분야를 분류하고 등록된 질문을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상상타운을 기획한 이은호 선임은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상상타운이 커져 상상씨티로 승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구성원들이 더 활발하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상상타운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