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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라무치 10일 천하… 켈리, 백악관 권력암투 정리

공보국장 해임… 최단명 ‘오명’ / 스파이서·프리버스와 이전투구… 막말로 불화 초래 연일 도마에 / 후임에 콘웨이 선임고문 물망 / 장성 출신 켈리, 직접 사임 요구 / 켈리, 백악관 빠르게 장악 나서… 일각 “트럼프 또 인사카드 쓸 듯”

왕조시대 궁중암투를 방불케 했던 미국 백악관의 권력투쟁이 일단 정리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임명 때부터 논란을 야기한 앤서니 스캐라무치 공보국장을 해임했다. 스캐라무치 경질을 통해 존 켈리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백악관의 내부 군기가 잡혀가는 모습이다. 백악관에서는 최근 비서실장과 대변인의 퇴임, 공보국장 임명 과정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해임된 스캐라무치 후임 공보국장으로는 트럼프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인 켈리엔 콘웨이 선임고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켈리 실장이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에게 악담을 퍼붓고 경멸했던 스캐라무치의 사임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번 인사가 사실상 켈리 실장의 적극적 주문에 따라 이뤄진 인사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스캐라무치는 상사였던 프리버스 전 실장을 ‘조현병 환자’ 등의 표현을 사용해 공격해 트럼프 1기 백악관을 권력암투의 장으로 인식되도록 했다.

지난달 21일 임명된 스캐라무치는 자신이 경질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명된 지 10일 만에 경질된 스캐라무치는 사실상 최단명 백악관 공보국장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스캐라무치는 임명 당시부터 백악관에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숀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은 그의 임명에 반발하며 대변인 자리를 내놨고, 그로부터 인격모독적 발언을 들은 프리버스 전 실장은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했다가 경질 통보를 받았다. WP는 “스캐라무치의 짧은 재임 기간은 그가 백악관 동료와 불화를 빚으면서 혼돈으로 점철됐다”고 평가했다. USA투데이는 “임명부터 경질까지 언론의 헤드라인을 지배했다”고 지적했다.

스캐라무치 해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 내부 갈등이 극에 달했던 열흘 동안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잘못된 인사로 갈등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스캐라무치 퇴진과 함께 주목받는 인물은 켈리 실장이다. 장성 시설부터 조직 장악력이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은 켈리 실장에 대해서는 임명 직후만 해도 긍정·부정적 시각이 엇갈렸다. 켈리 비서실장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을 바탕으로 백악관 장악력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P는 이번 인사에 대해 “켈리 실장이 빠르게 움직이며 ‘웨스트윙’(대통령 참모 집무동) 통제를 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앞으로가 문제다. 백악관과 내각의 ‘러시아 스캔들’ 정국 대응에 불만을 지닌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에도 ‘인사 카드’를 남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경질설에 시달리다가 자리에서 물러난 프리버스 전 실장과 스파이서 전 대변인 같은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

공보국장 물망에 오른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실제로 발탁되면 백악관 군기반장 역할을 자처한 켈리 실장과의 관계 설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콘웨이 선임고문은 지난해 8월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선캠프에 자문역으로 합류했다가 선대본부장을 꿰차고 대선을 승리로 이끈 강경파 여성이다. 대선 승리후 트럼프 정권의 어젠다를 옹호하면서 거짓말 논란이 일자 ‘대안적 사실’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방송가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