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신체나이 80세 콜롬비아 조로증 소년이 한국서 받은 특별한 성탄 선물 빨리 늙는 병에 걸린 동갑내기 친구. 미구엘과 홍원기가 보낸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입력 2017-12-25 13:00:00, 수정 2017-12-25 14:21:02
“현미경으로 찍은 눈(雪) 결정 모양도 봤어요? 뭐 하러 그렇게 아름답나...어차피 눈(目)에 보이지도 않고 땅에 닿자마자 금방 사라질 텐데"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중 남들보다 빨리 늙는 병이 있다. 나이는 12살이지만 신체는 70~80대인 미구엘(12)군에게 소원을 물으니 “친구 홍원기(12)의 나라 한국에서 눈을 보고 싶다”고 답한다. 열대기후 콜롬비아 출신인 미구엘에게 눈은 책이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적’ 같은 것이었나 보다. 기적같이 병마에서 벗어날 날을 기다리듯 그렇게 눈 구경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모양이다.
원기는 미국에서 치료를 받다 갑자기 몸이 나빠져 약을 끊고 돌아와야 했다. 한국에서 홍군은 한시도 친구를 잊지 못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동갑내기 친구 미구엘을 만나고 싶다"고 희망을 피력할 정도였다. 이런 바람을 전해들은 하나금융그룹과 쉐어앤케어 등 국내 기업의 후원으로 원기는 지난 7월 미구엘을 한국에 초청할 수 있었다. 둘은 17일간 제주도 여행을 떠나 같이 오락도 즐기는 등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미구엘이 추억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떠나고 몇달 후의 일이다. 원기군의 아버지 홍성원 목사는 미구엘의 어머니 마그다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마그다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이렇게 전했다. “미구엘의 건강상태가 너무 안 좋아요. 제발 도와주세요. 남은 희망은 한국밖에 없습니다.” 원기와 달리 미구엘은 미 임상실험 때 받은 약을 계속 먹고 있었는데, 그로 인해 몸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게 그 어머니의 전언이다. 조국 콜롬비아에는 희귀질환인 소아조로증에 대해 아는 의사와 병원이 거의 없어 마그다씨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한다. 콜롬비아 시골에 사는 미구엘은 아버지를 일찍 여위어 경제적 상황조차 좋지 못했다.
홍 목사는 원기와 미구엘이 제주도를 여행하며 검진받은 제주한라병원에 연락해 이 같은 사연을 알렸다. 이에 병원 측은 한달 간 미구엘의 추가 검진을 맡겠다고 약속했다. 이번에도 하나금융그룹과 하나투어, 쉐어앤케어 등이 후원에 나서 미구엘의 가족은 지난 22일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오전 경기 남양주의 한 교회에서 원기와 미구엘은 다섯달 만에 재회했다. 원기는 미구엘을 보자마자 한걸음에 나와 한품에 안았다. 둘은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미구엘은 “한국에 와 많이 행복하다”며 웃어보였다. 마그다도 “다시 한국에 오게 되어 감사하다”며 “이는 ‘크리스마스의 축복’”이라고 감격에 벅차 했다.
홍 목사는 “비행기가 연착돼 미구엘 가족이 한국에 오는 데만 11시간이 걸렸다”며 “긴 비행에 지쳐있는데도 미구엘은 원기가 있는 한국이 좋다 했다”고 전했다. 이어 “둘이 오래 우정을 나눌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덧붙였다. 미구엘의 특별한 ‘성탄절'은 소울메이트 원기와 함께해 더욱 감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달간 국내에서 검진을 받으며 소원이라던 눈 구경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홍 목사는 “더 이상 미구엘을 미국 재단에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 국내에 계속 와야 할 것 같다”고 향후 일정을 전했다. 이렇게 원기와 미구엘은 남들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함께 맞서 성장해갈 것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사진=쉐어앤케어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