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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영화 ‘1987’을 보고 새삼 극영화와 현실의 관계에 대하여

 2018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여느 때처럼 영화들은 상영 중이고, 이승과 저승은 물론 과거와 현재, 미래도 오가는 중이다. 그 중 ‘1987’(감독 장준환, 2017)은 제목 그대로 관객을 1987년으로 이끈다. ‘택시운전수’가 이끌었던 1980년, ‘남영동 1985’(감독 정지영, 2012)가 이끌었던 1985년에 이어.

영화 ‘1987’을 통해 관객들은 실제 과거와 허구가 버무려진 영화 속 세상을 만나며 각자의 1987년을 추억하거나 상상하게 된다. 2017년을 지나왔다면 영화 ‘1987’은 과거이지만 현실처럼 느껴질 듯하다.

영화 '1987' 포스터

오늘은 극영화와 현실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며, 기승전 ‘1987’ 관람 추천을 해볼까 한다. 어쩌면 글 장난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새해를 맞이하며 용기를 좀 내보겠다.

그동안 다큐멘터리영화가 다루는 현실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다룬 적이 있는데, 극영화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가장 단순하게는 아무리 극영화가 담아내는 세상이 제작된 세트장과 분장한 배우가 만들어내는 허구의 세상이라고 해도, 카메라 앞에 실제로 존재했던 현실이라는 점이다. 어쨌든 대부분의 영화는 카메라 앞 현실을 담아내는 것이다.

이러 차원의 해석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무리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된 가상의 세계가 펼쳐진다고 해도,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는 영화를 감상하는 그 공간과 시간으로 실재하는 현실이라는 것. 엄밀하게 말하면 하얀 막 즉 스크린을 마주하고, 스피커 앞에 앉아 있는 현실이지만 말이다.
남영동1985 포스터/네이버 영화

그리고 무엇보다 극영화가 담아내고 있는 스토리나 메시지가 우리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영화와 현실의 관계는 매우 끈끈하다.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든, 실재했던 과거를 배경으로 하든, 실존 인물이 등장을 하든,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된 인물이 등장하든 상관이 없다. 그들이 전하는 스토리와 메시지는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해독이 가능한 것들이다. 영화와 관객 모두 현실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영화 ‘1987’이 담아낸 1987년의 대한민국은 당시를 겪어낸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에게 현실적인 것 아닐 것이다. 당시 너무 어려서 혹은 다른 곳을 바라봐서 등의 이유로 체감 정도가 다 다를 수도 있다.

영화 '택시운전사' 포스터=네이버 영화
영화 속 현실은 누군가에 의해 재구성된 현실이기에 ‘저 사람이 저러지 않았는데’ 식으로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1987’을 보다보면, 과거와 현재, 영화 안과 밖의 현실이 뒤섞이는 꽤 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쩌면 ‘변호인’(감독 양우석, 2013), ‘명량’(감독 김한민, 2014), ‘암살’(감독 최동훈, 2015), ‘밀정’(감독 김지운, 2016),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2017), ‘남한산성’(감독 황동혁, 2017) 등을 보며 느꼈던 감정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 ‘이런 사람이 있었다고?’ ‘이런 일이 있었다고?’

취향 차이나 생각 차이 등으로 아쉬움도 느낄 수 있겠지만, 일단 1987년 그 시절 그 사람들, 그 사건들과 무관하지 않은 현재의 내 일상, 내 현실, 우리 현실을 꼭 느껴보기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