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갈망, ‘록’으로 노래하다 신중현 명곡으로 엮은 뮤지컬 ‘미인’ 입력 2018-07-01 16:30:07, 수정 2018-07-01 20:01:37 ![]() 오는 22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미인’은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음악들로 짜인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창작초연작으로, 1960∼80년대 발표된 그의 음악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푼다. ‘미인’(1974년) ‘님아’(1969년) ‘커피 한 잔’(1960년) ‘빗속의 여인’(1964년) ‘봄비’(1969년) ‘리듬 속에 그 춤을’(1987년) ‘아름다운 강산’(1972년) 등 신중현의 명곡 23곡을 엮었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단점은 명곡을 살리려다 보니 이야기가 억지스럽다는 것. ‘미인’은 이런 약점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 록 음악이 상징하는 자유와 청춘을 이야기로 형상화했다. 덕분에 음악과 서사가 한데 묶이고, 주제 의식이 전체를 관통한다. 주인공 강호는 무성영화관 하륜관의 최고 인기 변사이자 음악가다. 그의 형 강산은 동경 유학파이자 독립운동가다. 극 초반 독립운동처럼 골치 아픈 일은 관심 없던 강호는 형의 억울한 죽음을 계기로 시대 정신에 눈을 뜬다. 시대 배경은 다르지만, 신중현의 인생이 겹쳐보이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강호가 ‘미인’을 발표하자마자 일본 형사가 ‘야하다’며 즉각 금지시키는 모습은 박정희 정권의 문화탄압과 맞닿았다. ‘천황 찬양곡’을 쓰라는 일본 형사의 압박에 맞서 ‘아름다운 강산’을 발표하는 대목은 대통령 찬가를 만들라는 유신정권의 요청을 거절하고 이 곡을 발표한 신중현의 일화를 연상시킨다. 이야기는 묵직하지만, 극을 푸는 방식은 경쾌하고 발랄하다. 그 때문인지 강호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는 강산의 죽음이 급하게 처리돼 아쉽다. 강호와 시인 병연의 사랑도 어색하다. 천진한 음악가와 고뇌하는 여류 시인이란 캐릭터가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논다. 이들의 감정선이 약하다 보니, 후반에 병연을 애타게 찾는 강호의 행동 역시 절절하게 와닿지 않는다. 병연의 급격한 방황도 다소 무리하게 느껴진다. 성긴 부분들이 있음에도 이 뮤지컬이 감정을 건드리는 건 자유와 저항이 주는 울림은 영원하고, 신중현의 명곡이 갖는 생명력 역시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송은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