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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더 친절해졌다”…키이우 주민이 전한 분위기

"많은 것들이 정상적으로 유지… 우리는 적응했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민주주의를 잃기 바라지 않는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서쪽 약 25㎞ 떨어진 이르핀에서 적십자 직원이 할머니를 안아 대피를 돕고 있다. 이르핀=AP뉴시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시민들이 더 친절해졌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소개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거주하고 있는 세르지(50)씨의 말이다.

 

대학강사인 세르지씨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도 여전히 키이우 중심부에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능한 정상적으로 이곳 키이우에서 생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것들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포격은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괜찮다. 전쟁이 시작됐을 때 키이우의 모든 사람이 충격에 휩싸였지만 우리는 적응했다”면서 “거리에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일상이 돌아왔다. 도시의 모든 것이 여전히 살아 있고 번성하고 있다”며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전쟁이 시작된 이후 한 가지 달라진 점은 도시의 사람들이 더 친절해졌다는 것”이라며 “모든 가게에서 서로 친절하다. 약국에 줄을 서 있을 때 누군가 인슐린이 필요했는데 모두가 그 사람을 앞으로 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지하철역에서 열차가 운행 중인 승차장에 침구류와 음식을 두고 대피 중인 여성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키이우=AP뉴시스

세르지씨는 “리비우와 우크라이나 서부의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사람들로 기차역이 붐비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많은 사람이 키이우를 떠나기를 거부한다. 우리는 머물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세르지씨의 걱정은 러시아군에 포위된 다른 지역에 있는 가족의 안전에 쏠려있다. 그는 “84세의 시각장애인 아버지와 81세 어머니, 고양이가 폭탄 테러가 일어난 북동부 수미시의 아파트에 갇혀 있다”며 “내가 그들에게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고 그들이 대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걱정했다.

 

세르지씨는 우크라이나인들의 항전 의지도 전했다. 그는 “소련이 해체됐을 때 느꼈던 감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행복감’”이라며 “푸틴은 우리를 지난 세기로 되돌리길 원하지만, 우리는 소련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의 침략으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잃기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러시아의 침략과 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전쟁 발발 이후 가장 긍정적인 점은 우리의 단합이 강화됐다는 점”이라며 “그 아래 우리는 더욱 강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