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분한 바이든 "총기난사 지긋지긋… 유권자가 심판해야" "미국에만 있는 일… 언제까지 이렇게 살래?" 입력 2022-05-25 12:45:55, 수정 2022-05-25 13:02:10
“이런 종류의 총기난사 사건은 세계 다른 나라에선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 우리 미국인들만 이 대학살과 함께 살려고 하는 것일까요.”
취임 후 첫 한국·일본 순방을 마치고 24일(현지시간) 귀국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격분했다. 79세 고령의 몸으로 5일간 해외출장을 다녀와 무척 피곤한 상태이지만 무려 21명이 희생당한 텍사스주(州) 총기난사 참사를 보고받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에 그는 텔레비전(TV)으로 대국민 연설을 했다. 보수단체의 총기 로비(gun lobby)를 직접 거론하며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한 어조로 총기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일각에선 이번 참사가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 의회 중간선거에서 총기 규제에 소극적인 공화당한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백악관에서 TV 카메라 앞에 선 바이든 대통령은 대뜸 “왜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놔두는 것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민간인의 무장을 허용한 미국 수정헌법 조항을 근거로 “총기 보유를 금지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총기 제조사 측 로비스트, 그리고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총기 규제에 강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공화당 의원 등 보수 정계를 겨냥해 힐난을 퍼부은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희생자와 그 유족을 위로했다. 비록 총기 사건 때문은 아니지만 그 자신이 두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부모이기도 한 바이든 대통령의 애도는 깊은 울림을 줬다. “오늘 밤, 아이를 다시는 볼 수 없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삶은 절대 예전 같지 않을 겁니다. 아이를 잃는다는 것은 영혼의 한 조각을 영원히 빼앗기는 것이니까요. 저는 국민들께 희생자와 그 유족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어둠 속에서 그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의회 등 정치권으로 화살을 돌렸다. “이제 지금의 고통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선언한 그는 “우리는 다음과 같이 물어야 한다”면서 이런 질문들을 던졌다. “언제쯤이면 총기 로비에 맞설 수 있을까요? 언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런 다음 “이제 지긋지긋하다”며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권을 쥔 연방의회 의원들이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법률 제·개정에 나설 수밖에 없게끔 유권자들이 나서서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행여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의원이 있다면 낙선운동을 펼쳐서라도 의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의 민주당은 총기 규제에 찬성해 온 반면 보수 성향의 공화당은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미 헌법이 민간인의 무장을 허용하고 있으며 총기를 소지할 권리야말로 헌법의 최고 가치인 ‘자유’의 핵심적 내용이란 취지에서다.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는 임기 내내 어떠한 형태의 총기 규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이번 참사로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에서 여성의 낙태권과 더불어 총기 규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게 됐다. 벌써부터 미 정가에선 공화당에는 ‘악재’로, 여당인 민주당에는 ‘호재’로 각각 작용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한다. “유권자들이 표로 심판해달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호소가 얼마나 먹혀드느냐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이날 텍사스주 유밸디에서 18세인 남자 고교생이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 들어가 총기를 난사해 어린이 18명과 성인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던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이같은 보고를 받고 탄식한 뒤 즉각 조기 게양, 그리고 대국민 연설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