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경찰, 자위대 출신 41세男 체포 의료진 “병원 이송 때 이미 심폐정지” 열도 충격… 기시다 “용서 못할 만행” 尹대통령 “유가족·日 국민 애도” 조전 아베 없는 자민당… 韓·日관계도 영향
입력 2022-07-08 19:44:02, 수정 2022-07-08 21:00:54
일본 우익의 구심점 아베 신조(安倍晋三·68) 전 총리가 전직 해상자위대원 총격에 사망했다.
아베 전 총리는 8일 오전 11시30분쯤 나라(奈良)현 나라시에서 참의원(상원) 선거(10일)를 앞두고 가두 유세 중 해상자위대 출신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가 쏜 총탄을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 뒤 심폐정지 상태(심장·호흡이 정지했으나 의사의 사망 판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나라현립의과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병원 측은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가 오후 5시 사망했다”며 “상처가 심장에 닿을 정도의 깊이로 병원에 이송됐을 때 심폐정지의 위중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목에 총상 두 개가 있어 병원에서는 지혈과 대량의 수혈을 했으나 심장박동을 다시 살릴 수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총격범을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총격범은 경찰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 죽일 생각으로 (총을) 겨눴다”고 혐의를 인정하면서 “(아베 전 총리의) 정치 신조(信條)에 대한 원한 때문은 아니다”라고 했다. 구체적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총격범은 2002∼2005년 해상자위대 대원으로 근무했다.
경찰은 총격범 체포 당시 소지하고 있던 총포류를 압수했다. NHK는 총격범의 범행 도구와 관련해 일반적인 총기를 개조한 사제(私製) 총기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방 유세 중 급거 귀경해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가 이뤄지는 가운데 일어난 비열한 만행으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최대한 엄중한 말로 비난한다”고 규탄했다.
아베 전 총리 사망에 따른 자민당 내 역학관계 변화로 향후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베 전 총리는 2006년 9월∼2007년 9월과 2012년 12월∼2020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역임한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이자 우익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자민당 내 대표적 반한(反韓)·강경 인사다.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를 이끌며 2020년 9월 총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상왕으로 불렸다. 총리 재임 기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 동아시아에 파문을 일으켰으며 한국 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판결에 반발해 수출제한 조치를 내리는 등 재임 중 한국에 강경한 태도로 양국 관계를 급속도로 악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