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골칫거리된 민물가마우지, 둥지 제거해 개체수 줄인다

환경부, 지자체에 개체수 조절 위한 관리지침 배포
묵은둥지 제거·가지치기 등 비살생적 조치 위주
“개체수 조절 효과 판단해 포획 등 검토”

민물가마우지 무리 모습. 환경부는 13일 지자체에 집단번식지 관리를 골자로 하는 민물가마우지 개체수 조절 관리지침을 배포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어족자원 손실, 수목 백화현상 등 피해를 야기하는 민물가마우지 개체수 조절에 나선다. 묵은 둥지를 제거하고 천적 모형을 설치하는 등 비살생적인 방식을 통해서다.

 

환경부는 13일 지자체 대상으로 ‘민물가마우지의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한 관리지침’을 배포한다고 12일 밝혔다.

 

민물가마우지는 몸길이 77∼100㎝, 몸무게 2.6∼3.7㎏의 중대형 물새류다. 2003년 경기도 김포에서 200여마리가 집단 번식하는 사실이 최초 확인된 뒤 한강 상류와 내륙 습지 지역으로 집단 번식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개체 수 증가는 전 세계적 추세라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먹이 섭취가 용이하거나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섬 등 민물가마우지 서식 조건이 좋은 지역 중심으로 집단 번식지가 형성되고 있다. 

 

민물가마우지는 원래 겨울철새였지만 현재 집단번식으로 텃새화된 상태다. 지난 1월 국립생물자원관이 실시한 조류 동시총조사 결과 국내 3만2196마리가 월동하는 게 확인됐다. 

 

번식 규모와 위치는 다양하다. 따뜻한 지역 개체군일수록 번식 시기가 이르다. 늦은 2월이나 3월부터 짝짓기를 시작하고, 4월 말부터 7월 초 사이에 산란한다. 알의 개수는 3∼5개다.

 

이번에 환경부가 지자체에 배포한 지침에는 집단 번식지 형성 억제를 골자로 하는 조치가 담겼다.

 

번식지 형성 전인 봄철에는 ▲전년도 묵은 둥지 제거 ▲천적 모형 설치 ▲공포탄 등 활용한 소음 유발 등으로 번식을 방해하도록 했다. 번식 이후인 가을철에는 ▲가지치기 ▲제한적 간벌(불필요한 나무를 솎아 베는 작업) ▲묵은 둥지와 둥지 재료(나뭇가지) 제거 등을 통해 다음 해의 둥지 형성을 억제하도록 했다.

경기 양평군 팔당호에 민물가마우지가 집단 서식하고 있는 족자섬 나무들이 배설물을 뒤집어 쓴 채 하얗게 매말라 죽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앞으로 지자체는 민물가마우지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민원이 제기된 경우에 현장조사를 거쳐 해당 지역을 관리대상 지역으로 정하고 집단번식지 관리 조치를 시행하게 된다. ▲관리지역 선정결과 ▲조치 내용 ▲조치 후 개체수 변화 등 자료 ▲낚시터·양식장 등 피해조사 결과를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는 환경부가 이번 지침 효과를 파악하고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지침에 직접 포획 조치가 포함되지 않은 건 현재 민물가마우지로 인한 경제적 피해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서다. 환경부는 “다른 개체수 조절 방법을 적용해보지 않은 상태이기에 바로 살생하는 방법을 적용하기보다는 비살생적 방법으로 번식 억제 유도 방법을 적용하는 단계적 관리 방안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침 적용 후 개체수 조절 효과를 관찰하고, 피해 자료를 수집·검토한 뒤 총기 포획 등 보다 적극적인 방법 적용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오클라호마, 일본 야마나시현 등 해외에서도 번식지·둥지·알 제거, 소음 유발 등 번식지 교란을 통해 조류 번식 억제에 나선 사례가 있다. 과거 국내에서도 백로 집단 서식에 따른 피해 발생을 줄이기 위해 부분 간벌, 가지치기 등 번식지 관리를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