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으면 손님 끊겨요”…전력난 우려에도 ‘활짝’ 연 채 에어컨 ‘펑펑’ 트는 상점들 서울 최고기온 35도 중구 명동·마포구 홍대 둘러보니 입력 2022-07-30 00:06:24, 수정 2022-07-31 14:38:22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에어컨을 틀어놓은 채 문을 열어두고 영업하는 ‘개문냉방’ 점포들이 늘고 있다. 2011년 9월 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 전력 낭비라는 지적이 10년째 이어지고, 올해 전력 대란이 우려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와중에 개문냉방 영업을 당장 단속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매장 내 환기를 위해 이같이 영업하는 경우도 있어 명확한 단속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으며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상권.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덥고 꿉꿉한 기운이 밀려왔지만, 그 사이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지속적으로 느껴졌다. 이날 1층에 위치한 30곳의 상점을 둘러본 결과 80%(24곳)에 달하는 점포에서 개문냉방 영업 중이었다.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의 개문냉방 영업이 눈에 띄었다. 마주 보고 위치한 대형 의류 매장과 신발 매장은 경쟁이라도 하듯 전면 유리를 활짝 열어놓은 채였다. 한 의류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본사의 영업 방침”이라며 “확실히 문을 열어놓았을 때 더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브랜드 매장의 직원도 “문을 열어놓으면 (손님들이) 지나가다 쓱 들어오는 경우도 많고, 시원한 영향도 있는지 머무르는 시간도 더 길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 명동의 상황도 비슷했다. 이날과 마찬가지로 35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14일 오후 명동의 쇼핑거리에 위치한 매장 30곳 중 21곳이 개문냉방 영업 중이었다.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한다는 이유가 꼽히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신발 매장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때문도 있겠지만 그렇게 큰 비율을 차지하지는 않는다”며 “코로나19 전에도 여름마다 이렇게 계속 열어두고 영업해왔다”고 말했다.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대규모 점포들이 문을 열어놓고 손님을 유치하니 작은 가게들도 비용을 감수하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프랜차이즈들은 본사 측에서 지원이 오겠지만, 최근 전기 요금도 인상되고 우리는 냉방비가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개문냉방은 전력 낭비와 도심 열섬현상을 이끄는 주범으로 꼽힌다. 실제 개문냉방을 한 채 영업 시 에너지 손실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에너지공단은 개문냉방 시 폐문냉방보다 전력이 최대 4배 더 소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누진제가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요금과 달리 상점에서 쓰는 일반용(상업용) 전기요금은 1kWh당 단가가 고정돼 있어 전기요금 걱정 없이 개문냉방을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문냉방은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현재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제대로 된 단속·계도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문을 열고 냉방영업을 하는 행위를 단속하고 있는데, 적발 시 처음에는 경고로 시작해 걸리는 횟수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한다.
단속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자체에 지침을 내리면 진행되지만 이마저도 2020년 이후로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에어컨 바람을 타고 퍼질 우려가 있다며 실내 환기를 꾸준히 권고해온 바 있다.
지자체도 에너지 절약과 개문냉방 근절 사이에서 골몰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서울시는 ‘서울의 창을 열자’라는 캠페인을 통해 1시간마다 10분 이상 환기를 권장하기도 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게 아니고,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경제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현재 감염병 재확산 우려도 있어 에너지 절감을 위한 당장의 냉방 단속은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