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급 공무원인데 200만원도 못 벌어요. 비혼 다짐합니다” 공무원 경쟁률 43년 만에 최저 입력 2022-08-26 17:17:30, 수정 2022-08-29 14:07:17
“월급이 200만원이 채 안 되는데 업무 강도는 엄청 높아요. 현재 부모님 댁에 얹혀살고 있는데 결혼은커녕 독립조차 쉽지가 않아요. 겸직 금지 조항 때문에 부수입도 벌 수 없는데 이 월급으로 어떻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겠어요.”
정년이 보장돼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낮은 임금과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젊은 층 사이에서 기피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100대1을 기록했던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올해 29대1로 떨어졌고, 7급 공무원 경쟁률(42.7대1)도 4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어렵게 입사하고 공직사회를 떠나는 5년 차 이하 공무원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사표를 낸 5년 차 이하 공무원은 4년 전의 2배로, 1만명을 넘어섰다.
낮은 임금으로 이직을 고민 중인 젊은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8급 공무원 정모(27)씨는 물가는 날로 높아지는 데 비해 공무원 임금은 답보 상태를 보이자 최근 비혼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직급이 행정서기로 2호봉이라는 정씨의 7월분 세전 급여는 각종 수당을 포함해 236만9100원이다. 정씨가 제공한 보수 지급 명세서를 살펴보면 세금과 4대 보험 등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159만5160원으로, 1·7월에만 지급되는 정근수당 17만4830원을 제하면 더 낮아진다. 개인 대출 형태인 교원공제 40만2000원을 실수령액에 더해도 200만원을 넘지 않는다.
8월에는 여기에 공제 대출까지 더해져 실수령액이 114만8920원이다.
정씨는 “취업 전에는 어디든 취업을 빨리하고 싶다는 마음과 안정적인 노후 등의 이유로 공무원을 희망하며 열심히 공부했다”면서 “그런데 3년 차인 현재 저축한 돈이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박봉을 감수한 것은 맞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연금도 줄어든다고 하는데 이 직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결혼 후 맞벌이를 해도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지방에서 근무 중인 8급 공무원 유모(29)씨는 “월급 실수령액이 190만원 후반 정도”라며 “이제 곧 아이가 태어나는데 정말 막막하다”고 전했다. 유씨 아내 역시 공무원으로 근무 중인데 둘의 월급을 합해도 400만원이 안 된다고 한다.
유씨는 “집도 마련해야 하고, 아이를 키우려면 점점 돈이 더 들 텐데 400만원으로는 세 식구가 생활을 이어가기 빠듯하다”며 “돈을 더 벌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혼 전에는 돈이 더 필요하면 초과근무를 해서 월에 30~40만원은 더 벌 수 있었다”며 “그런데 결혼 후에는 퇴근 후 집안일 등으로 시간이 없어 초과근무조차 못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시간이 더더욱 없을 것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초과근무로 돈을 더 벌려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임금 상승률이 워낙 적어 어쩔 수 없었다”며 “지금은 그저 아껴 쓰고 절약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기업 임금에는 미치지 못하더라고 최소한 물가 상승률은 반영해달라고 하소연한다.
올해 최저시급을 주 40시간 기준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이다. 올해 일반직 7·9급 공무원 1호봉 기준 세후 급여는 각각 월 180만원, 160만원 수준이다. 9급 1~5호봉, 8급 1~3호봉의 월급은 최저임금 기준보다 더 낮다. 급여명세서상으로는 근속기간에 따른 정근수당과 급식비·보조비 등 수당이 더해져 세전 총 급여 기준 9급 1호봉도 최저임금보다 높지만, 공무원은 연금 기여율이 18%로 국민연금(9%)보다 높아 9급 1호봉의 실수령액은 월 160만 원대에 그치게 된다.
지난 3월 한국행정연구원이 MZ세대 공무원의 이직의사를 조사한 결과, 20대 6~7급 공무원은 44.6%, 8~9급은 43.6%가 이직을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고용이 불안정하던 과거에는 정년 보장과 연금이 유인책이 됐지만, 2016년 이후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기여율 대비 지급률이 역전되면서 이러한 혜택도 무의미해졌다고 주장한다. 힘들게 시험에 합격했지만 박봉에 인센티브 없이 과중한 업무를 떠맡는 상황에서 공무원 기피 현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면 업무를 할 경우 폭언과 욕설 등에 시달리는 궂은일도 잦아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내년에도 공무원보수 인상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보이자 “일방적인 공무원의 희생 강요를 중단해야 한다”며 ‘23년도 공무원 보수 인상 촉구 기자회견’을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이들은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정문 앞에서도 “고위 관료들이 1억원이 넘는 연봉을 챙길 때 하위직 공무원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이 201만580원으로 결정된 상황에서 임금이 2% 인상되더라도 9급 1호봉은 199만5130원에 불과해 최저임금을 밑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그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 물가 상승폭에 미치지 못해 실질임금은 삭감됐다며 보수 7%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