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英 여왕 장례식 갈 것… 찰스 3세와도 잘 알아" 외국 국장 참석, 美 대통령으로선 이례적 입력 2022-09-10 06:33:13, 수정 2022-09-10 10:22:16 8일(현지시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국장(國葬)이 오는 19일 런던 웨스터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될 예정인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영국에 가 조문할 뜻을 밝혀 눈길을 끈다. 미국과 영국이 ‘특수관계’라고는 하나 20세기 이후 영국에서 열린 주요 국장에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어서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찰스 3세 새 국왕, 그리고 리즈 트러스 새 총리와 차례로 만나 미·영 동맹을 더우 굳건하게 다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9일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주(州)의 인텔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뒤 수도 워싱턴으로 복귀하기 위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과 짧은 일문일답을 나눴다.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흔쾌히 “그렇다”(Yes)고 했다. 그러면서 “세부 절차는 아직 모르지만 아무튼 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새 국왕과 전화로 통화했느냐”는 물음에는 “나를 그(찰스 3세)를 잘 알지만 아직 통화를 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도 백악관은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 측에서 세계 각국 지도자들을 여왕의 국장에 정식으로 초청하는 절차를 밟기도 전에 미국 대통령이 먼저 “나는 간다”고 말하는 것이 의전에 어긋나고 자칫 외교적 결례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에어포스 기내에서 기자들한테 같은 질문을 받자 “공식적인 의전 절차라는 게 있고, 우리가 앞서가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다만 장피에르 대변인도 바이든 대통령이 장례식 참석을 원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진 않았다.
20세기 이후 영국에서 서거한 국왕의 국장은 1901년(빅토리아), 1910년(에드워드 7세), 1936년(조지 5세), 1952년(조지 6세) 열렸고 그 뒤 70년간은 없었다. 미국 대통령은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조지 6세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함께 나치 독일과 싸운 전우를 기리는 차원에서 해리 S 트루먼 당시 대통령이 딘 애치슨 국무장관을 자기 대신 장례식에 참석시킨 적이 있을 뿐이다. 국왕에 버금가는 인물로 2차대전 승리의 주역인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장례식이 1965년 국장으로 치러진 바 있다. 린든 B 존슨 당시 대통령은 직접 장례식에 참석하려 했으나 그의 건강을 우려한 의료진의 만류에 결국 뜻을 접었다. 원래 부통령이다가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로 그 자리를 승계한 존슨이 경호 문제 등에 극도로 민감했던 것도 한 원인이다.
당시 미국에선 ‘처칠과의 관계를 감안할 때 대통령이 직접 가서 조문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그로 인해 존슨이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그때 영국을 방문할 기회를 놓침으로써 존슨은 엘리자베스 2세 재임 기간 중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유일하게 여왕과 만나지 않은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반면 존슨의 후임자인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0년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몸소 국장에 참석했다. 이는 그가 드골과 워낙 절친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영국은 마침 총리와 국왕이 한꺼번에 바뀌면서 미·영관계를 시급히 재정립해 할 입장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런던행(行)은 이런 필요성에 비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 NBC는 “여왕의 장례식은 전 세계 지도자 및 지도자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정상외교의 장이 될 것”이라며 “찰스 3세와 바이든 대통령의 첫 회동은 오는 17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장례 기간에 트러스 신임 총리와의 정상회담 역시 성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