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봐요" 하더니… 존슨, 진짜 英 총리 재도전한다 해외에서 휴가 보내던 중 급히 귀국 택해 입력 2022-10-22 12:19:13, 수정 2022-10-22 13:07:54 영국 하원의 고별 연설에서 동료 의원들을 향해 “또 봐요, 여러분(Hasta la vista, baby)”이라고 외쳤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권좌 복귀가 현실이 될까. 일단 사의를 밝힌 리즈 트러스 총리의 후임자를 뽑는 경선에 존슨이 도전할 것은 확실시된다. 다만 여당인 보수당 의원들 사이에서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의 벽을 넘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휴가를 보내던 존슨이 급히 런던행 비행기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으며, 이르면 22일부터 보수당 의원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일단 총리 후보로 등록하려면 오는 24일까지 동료 의원 10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은 357명이다. 중복 추천은 불가능한 만큼 많아봐야 3명이 후보 자격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BBC에 따르면 사실상 ‘대세’로 통하는 수낵이 벌써 100명가량의 추천자를 확보했고,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페니 모돈트 현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는 20여명이 지지를 선언했다. 존슨의 경우 현재까지 의원 40여명을 규합한 상태라고 BBC는 전했다.
존슨은 지난 9월6일 총리를 그만두고둔 아직 50일도 지나지 않았다. 더욱이 그는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거짓말, 비위를 저지른 측근 옹호 등 온갖 스캔들에 휘말려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이런 그가 설마 다시 총리직에 도전할까 의심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지인들은 트러스가 사임을 발표하자마자 존슨이 후임 총리 도전 의지를 굳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존슨은 사의를 밝히고 나서 지난 7월 하원에 출석해 고별 연설을 할 당시 스페인어로 “아스타 라 비스타(또 봐요)”라고 말해 ‘정계에 복귀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아스타 라 비스타”는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2’에 등장하는 대사인데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는 다름아닌 “나는 돌아온다(I’ll be back)”이다.
그럼 존슨의 당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단 357명에 달하는 보수당 의원들의 선호도만 놓고 보면 수낵이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존슨과 모돈트는 각각 2위, 3위로 뒤를 잇는 형국이다. 문제는 의원들의 투표에선 최종 결선에 나설 2명을 선정할 수 있을 뿐이란 점이다. 이후 전국의 보수당 당원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투표 등을 거쳐 2명 중 1명을 뽑는다. 여기서 이기는 이가 보수당 차기 총재 겸 영국 행정부의 새 총리가 되는 것이다.
수낵과 트러스가 맞선 지난 보수당 총재 경선의 경우 의원들의 지지도는 수낵이 더 높았으나 당원 투표에서 압도적 득표를 기록한 트러스가 결국 승리했다. 이번에도 수낵은 의원들, 존슨은 당원들 사이에서 각각 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존슨이 어떻게든 2명의 최종 후보에 들기만 하면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얘기다.
BBC를 비롯한 다수 영국 언론이 수낵과 존슨의 ‘2파전’을 예상하는 가운데 두 사람의 질긴 악연에 눈길이 쏠린다. 지난 7월 존슨을 향해 “물러나라”는 압박이 가중될 당시 존슨은 어떻게든 버티려 했으나, 내각의 핵심인 재무장관을 맡고 있던 수낵이 가장 먼저 사의를 밝히고, 이것을 계기로 다른 부처 장관 등 고위 공직자들의 ‘줄사표’가 이어지며 결국 존슨의 사임을 가져왔다. 존슨 입장에서 수낵은 ‘불구대천의 원수’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존슨은 수낵과 트러스가 맞붙은 총리 경선에서 트러스를 적극 밀었다. 당시 존슨은 측근들한테 “새 총리는 수낵만 아니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는 트러스가 수낵 대신 존슨 지지를 표명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