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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황제, 전 세계 팬들과 ‘뜨거운 안녕’

브라질 산투스서 펠레 장례식

18년 몸담은 팀 홈구장서 진행
23國 언론인 등 구름인파 몰려
밤샘 대기 끝 고인 배웅하기도
룰라 대통령도 참석, 추모 동참
FIFA “경기 전 1분간 애도” 요청

‘축구 황제’ 펠레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브라질 상파울루주의 항구도시 산투스에 구름 인파가 몰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상파울루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병원에서 암 투병 끝에 82세를 일기로 숨을 거둔 펠레 시신은 2일 새벽 산투스FC의 홈구장 빌라 베우미루 경기장으로 옮겨져 24시간 동안 일반에 공개됐다.

‘축구 황제’ 펠레의 시신이 브라질 상파울루 외곽 산투스의 빌라 베우미루 경기장에 안치된 2일(현지시간) 추모객들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3일 고인이 영원한 안식에 들어갈 장지는 부친도 잠들어 있는 인근 네크로폴 에큐메니카 공동묘지로 정해졌다. 산투스=AP뉴시스

산투스FC는 고인이 1956∼1974년 18년간 몸담으며 660경기 출장, 643골의 기록을 남긴 구단이다. 고인의 아들 에디뉴 등이 차양막 아래 센터 서클까지 운구했다. 브라질 국기와 산투스FC 깃발, 꽃다발로 장식된 관은 뚜껑을 열어둬 팬들이 펠레의 모습을 잠시라도 보면서 조문하도록 했다.

 

1만6000석 규모 관중석에는 ‘왕이여 만세’(Viva o Rei)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 펠레 이름과 등번호 10을 새긴 천으로 장식됐다. 세계적 축구선수 네이마르, 호나우두 등이 보낸 화환이 놓인 가운데 스피커에서는 생전 가수로도 데뷔했던 고인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구장 안팎을 가득 메운 조문객은 3시간쯤 줄을 서야 고인 곁에 다가갈 수 있었다. 조문객은 고인을 어루만지거나 함께 온 자녀들에게 펠레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를 이야기해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하루 전 버스로 4시간 동안 달려와 대기 행렬의 맨 앞에 선 안토니우 다파스는 뉴욕타임스에 “밤새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며 “그는 축구공을 통해 브라질을 세계로 이끈 황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산투스FC 시절 펠레와 팀 동료였던 마노엘 마리아는 “내가 이 세상의 모든 부를 가졌더라도 고인이 나와 내 가족을 위해 한 일에 보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펠레는 선수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위대했다”고 회고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장례식에 참석해 고인에게 경의를 표했다. AFP통신은 룰라 대통령이 3일 오전 장례식장에 방문해 펠레의 부인 등 가족을 위로했다고 전했다.

 

에드손 아란테스 도 나시멘토라는 본명보다 펠레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고인은 세 차례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유일의 축구선수이다. 1969년 소속팀을 따라 나이지리아 라고스를 방문했을 때 그가 출전하는 경기를 보기 위해 나이지리아가 48시간 동안 내전을 중단했을 만큼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23개국 언론인 1100여명이 산투스에 모여들 정도로 장례식 취재 경쟁도 뜨거웠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취재진에게 “FIFA는 ‘왕’에게 경의를 표할 것”이라며 “전 세계 축구협회에 경기 전 1분간 애도의 묵념을 할 것과 축구장 한 곳에는 펠레 이름을 붙여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