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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폼페이오 “트럼프도 김정은도 판문점 회동에 文동행 원치 않았다”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19년 6월30일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서 남북·미 정상들이 만난 ‘판문점 회동’과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포함해 미국 측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동행을 원치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남측 자유의 집 인근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4일(현지시간) 세계일보가 입수한 폼페이오 전 장관의 회고록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에 따르면 폼페이오 전 장관은 2019년 6월30일 판문점 회동에 대해 “우리가 직면해야 할 가장 큰 도전(the biggest challenge)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역사적인 사건의 일부가 되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비무장지대(DMZ)로 출발하고 돌아올 때 한국에 있게 될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의 동행을 원치 않았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나에게 여러 차례 직접 전화를 했고, 그에 대한 내 대답은 잘 연습돼 있었다”면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단둘이 만나는 것을 선호한다”고 적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위한 시간도 존경심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회고했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에서 자유의집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없이 53분 동안 회동했고, 이후 남북·미 정상이 3자 회동을 한 시간은 4분가량이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2020년 6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미국과 북한이 판문점 회동에 문 전 대통령의 동석을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명백히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폼페이오 전 장관은 ‘볼턴의 회고록은 거짓과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고 반박했는데, 미국과 북한이 문 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 동석을 거부했다는 내용은 동일하게 기술한 셈이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발간됐을 당시, 청와대와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회고록이 왜곡이라고 주장하고, 야당이었던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부장관. 허정호 선임기자

폼페이오 전 장관은 자유의집에 있었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그들의 카드를 테이블에 꺼내놓았지만 슬프게도 돌파구는 없었다”면서 “김 위원장은 하노이에서와 마찬가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원했던 것을 얻지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비무장지대에서 있었던 만남은 두 사람의 관계를 공고히 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북한은 핵실험을 하지 않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2018년 3월 김 위원장과의 첫 만남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회고했다. 

 

그는 “독재자와의 대화는 몇 시간 동안 지속됐고, 독재자가 ‘중요한 전화’를 받기 위해 45분마다 중단됐다”면서 “전화는 사실 담배를 피우기 위한 것(summons from Marlboro Man·말보로 맨의 호출)이었다. 김정은은 심각한 흡연습관을 가지고 있었다”고 적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당시 김 위원장이 군사 지출보다 경제 발전과 국민의 복지에 대한 국가의 초점을 돌리려고 한다고 밝히고, 북한 주민들을 국내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자신이 북한의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고, 남북 간 평화를 구축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설명하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 등이 완료되면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규제를 풀고, 한국과 일본이 막대한 투자를 하도록 노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적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매우 궁금해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한·미 군사 훈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폼페이오 전 장관은 북한의 로켓이 불과 몇분 또는 몇초 안에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십 킬로 떨어진 서울을 황폐하게 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한·미 군사 훈련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위선적이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지난 2019년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 위원장이 중국에 대해 불신을 드러냈다고도 회고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중국은 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김 위원장을 매우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고 일관되게 말했다고 김 위원장에게 전하자, 김 위원장은 웃음과 함께 탁자를 두드리며 중국인들은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고 썼다. 김 위원장은 중국으로부터 북한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 있는 미군이 필요하며, 중국은 한반도를 티베트와 신장처럼 대할 수 있도록 미군이 떠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핵무기가 막대한 경제적 부담이며, 세계적으로 북한이라는 나라를 버림받은 국가(pariah)로 만들었다면서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기로 약속했다고 적었다.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을 적용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도 약속했다고도 회고했다. 이후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원산에 국제관광 리조트 투자 등에 관해 설명했다고도 회고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좋은 시가를 좋아한다고 말했고, 폼페이오 전 장관은 이 딜을 성사시키고 나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가장 멋진 해변에 김 위원장을 초대해 세계에서 가장 좋은 가장 좋은 시가를 피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은 ‘나는 이미 카스트로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에 대해 “김정은은 우연한 지도자(accidental leader)가 아니며 자신이 죽기를 바라라는 사람들을 이겨낸 두뇌와 요령, 무자비함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김정은은 세계와 관련해 끊임없이 질문했다. 그는 특히 농구를 좋아했고, 코비 브라이언트를 좋아했다”고 회고했다. 

 

사진=AP연합뉴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옹호하는데도 회고록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김정은은 피에 굶주린 놈(bloodthirsty toad)이었고, 약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핵 공격이나 사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면 위험을 감수할 수 있었다”면서 “과거의 실패한 외교 전략에서 빠르게 선회하는 것이 미국인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고, 위험 감수는 결실을 보았다”고도 적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과 북한을 겨냥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또는 외교정책 분야의 자칭 엘리트들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같은 트위터가 비외교적이라고 비판했다”면서 “우리는 오히려 그들이 외교적 실패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허용한 사람들이라고 웃었다”고 적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