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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정책이 부른 中 인구 감소… ‘G2 경쟁’ 美 추월 물거품되나 [세계는 지금]

저출산 문제 ‘발등의 불’

인구 늘자 1979년 1가구1자녀 산아제한
고령화 가속… 2016년 두자녀 정책 시행
출산율 회복 안돼 5년 후 세자녀 정책 도입

中 작년 GDP성장률 전년비 3.0% ‘저조’
미국보다 연평균 4%P 앞서는 상황 돼야
시 주석의 세계 최강국 목표 실현 가능성

자녀 양육비용 부담 등 저출산에 큰 영향
1인당 GDP 대비 6.9배… 세계 최고 수준
“출산 현금지원·돌봄 서비스 확대 등 필요”

“초중고 12년간의 학제를 10년으로 줄여야 한다. 이는 사회와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고 젊은 층이 가정을 꾸릴 시간을 늘려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

중국 베이징대 광화경영대학원 교수인 량젠장(梁建章) 위와인구연구소 소장은 최근 발표한 ‘중국 교육 및 인구 보고서(2022년)’에서 “선행학습, 의무교육 등 과도한 가정교육 부담이 중국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기초교육 단계를 2년 앞당겨 16세에 대학에 진학하면 대부분 젊은이가 20세에 대학교육을 마치고 2년 일찍 취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중국의 인구 절벽 가능성에 대한 일종의 해법성 언급이었다.

량 소장은 “인터넷 보급으로 학생들은 많은 지식을 암기할 필요가 없어 학제 단축은 실현 가능하다”며 “대입 시험 전까지의 시간을 줄여 대학에 빨리 가는 것이 미래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구대국(人口大國) 중국에서 청년들이 일찍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빨리 사회 진출을 하도록 학제를 단축해야 하는 주장이 호응을 얻을 정도로 인구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뒷북 정책으로 인구 감소가 빨라진 상황에서 나오는 지원책이 큰 흐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많은 인구를 동력 삼아 경제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겠다는 중국의 포부도 줄어드는 아기 울음소리와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등으로 발목이 잡히는 형국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인구홍리(人口紅利·풍부한 노동력에 의한 경제성장)는 끝나고 미부선로(未富先老·부유해지기 전에 먼저 늙는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패권 경쟁에 나서고 있는 중국에 인구 문제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인 ‘회색 코뿔소’가 되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 안후이성 푸양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중국은 낮은 출산율과 가임기 여성의 지속적인 감소로 정부 차원의 강력한 출산 지원 조치가 없을 경우 2050년 출생아수가 인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푸양=AP연합뉴스

◆뒷북 정책에 줄어든 인구

27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중국은 1979년부터 1가구 1자녀만 허용하는 산아제한 정책을 시행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인 조출생률이 30명대를 지속하며 인구가 늘자 산아를 제한한 것이다. 산아제한의 영향으로 조출생률은 1987년 23.3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였고, 인구 증가세도 둔화하다 2000년 들어 1000만명 이하로 꺾였다.

그런데도 한 자녀 정책을 고수하던 중국은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자 2016년에 들어서야 ‘전면 두 자녀’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출산율이 나아지지 않자 불과 5년 만인 2021년 한 가정 세 자녀 정책을 도입했다.

뒷북 정책 탓에 2022년 말 기준 중국 인구는 14억1175만명으로, 전년 14억1260만명보다 85만명 줄었다. 대기근으로 많은 이가 사망한 1960∼1961년 이후 중국에서 인구 감소는 작년이 처음이다. 동시에 인구의 고령화가 빨라져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2억97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9%를 차지했고, 2021년보다 922만명 늘고, 비중은 0.7%포인트 확대됐다.

자료 : 중국 국가통계국, 위와인구연구소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인구전문학자 이푸셴 연구원은 “앞서 중국의 인구는 사회 발전과 함께 2030년 14억50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으나 9년 앞당겨진 것은 지난 몇 년간 많은 중국의 정책이 잘못된 인구 데이터에 근거해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인구 감소는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제로(0)코로나 정책의 영향으로 지난해 말 위드코로나 전환 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중국인구학회 부회장인 난카이대 위안신(原新) 교수는 “3년간의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많은 이들이 임신 계획을 취소하거나 미루면서 출생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美 추월’ 초강대국 야심 물거품되나

인구 문제는 경제 규모 등에서 미국을 앞서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중국의 목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노동력과 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 엔진 역할을 통해 높은 경제 성장을 일궈온 중국이 이전과 같은 활력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35년까지 자국의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2020년의 두 배로 키워 미국을 추월하고, 신중국 수립 100주년인 2049년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해 ‘중화민국의 위대한 부흥’을 이끌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3.0%를 기록했다.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인 1976년(-1.6%)과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2.2%) 다음으로 낮다.

 

올해는 지난해 저성장의 기저효과로 5∼6%대 성장이 가능할 수 있지만 지속 여부는 미지수다.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미국보다 4%포인트 앞서는 상황이 유지돼야 시 주석이 내세운 목표가 실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인구 통계학적 변화에 대한 중국의 대응 능력은 한계가 있으며, 향후 20∼30년간 중국의 성장을 둔화시켜 국제무대에서 미국과 경쟁하기 위한 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지정학적 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 주석 등 지도부가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외부에 화살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시간대 사회학과 저우윤 교수는 “인구 감소와 경제 성장 둔화로 중국 지도자들은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위치를 다르게 인식하게 될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더 국수주의적인 상상을 투영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 되돌릴 희망이 없다

중국이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지도부는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주택·보육·교육·세제·취업 지원 등을 담은 종합대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도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위와인구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인구는 2029년 13억9905만명으로 14억명이 무너진 뒤 2047년이면 12억9295만명으로 13억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2020년 9억6776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68.6%를 기록해 70% 선이 무너진 데 이어 2037년이면 64.3%로, 2047년이면 59.6%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65세 인구는 2031년이면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뒤 2048년이면 30%를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은 선진국이 되기도 전에 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한국은 노인 인구 비중이 9.3%에 달한 2005년 1인당 GDP가 1만6444달러였지만 중국은 노인 인구 비중이 9.4%였던 2012년 1인당 GDP가 6076달러에 불과했다.

 

자녀 양육비용 부담 역시 저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구소는 국가 통계국에서 발표하는 주민 소득 및 소비지출 자료와 각종 물가를 바탕으로 0-17세 아동의 평균 양육비가 48만5000위안(약 8832만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도시 지역 아이들의 평균 양육비용은 63만위안(약 1억1472만원), 농촌은 30만위안(약 5463만원)이었다. 2021년 기준 중국 사기업 평균 연봉이 6만2884위안이다.

주요 13개국 중 1인당 GDP 대비 양육비를 비교한 결과 중국은 6.9배로 거의 최고 수준이었다. 호주 2.08배, 프랑스 2.24배, 스웨덴 2.91배, 독일 3.64배, 미국 4.11배, 일본 4.26배 등이었다. 한국만 7.79배로 중국보다 컸다.

중국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중심업무지구로 출근하기 위해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양육·교육비 증가 등에 대한 중국 정부의 해결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양가 부모까지 돌봐야 하는 여성들의 압박과 현실을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학자 허야푸(何亞福) 박사는 “세 자녀 정책을 무제한 출산으로 바꾸는 것이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중요하고 출산에 따른 현금 지원과 돌봄 서비스 등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