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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강대국은 영원한 강대국?… "상임이사국 확대 반대"

러시아·중국·북한 앞에 무기력한 유엔 안보리
주유엔 대사, '안보리 개편' 관련 韓 입장 소개
"거부권 제한이 답… 상임이사국 추가 불필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계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가 되레 침략전쟁의 당사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안보리가 러시아를 규탄하려 해도 상임이사국으로서 러시아가 행사하는 거부권(veto power)에 막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 연합뉴스

한국 입장에선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가 러시아·중국의 거부권 탓에 매번 실패하는 현실이 불만족스럽기만 하다.

 

이런 안보리 개편을 위해 현재 5개뿐인 상임이사국 수를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거부권 행사 제한’을 대책으로 제시하며 상임이사국 확대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중국·북한 앞에 무기력한 유엔 안보리

 

황준국 주(駐)유엔 대사는 16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에 대한 안보리의 무기력한 대응을 질타했다. 그는 “2022년 북한이 8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포함해 탄도미사일을 70회 이상 발사했는데도 안보리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구테흐스 총장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유엔 안보리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질타가 쏟아지자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무기력감을 토로했다. 신화뉴시스

2017년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이 ICBM을 발사했을 때 안보리는 자동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2개 상임이사국’이 계속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안보리가 사실상 무력화하고 말았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뒷배’ 노릇을 하는 러시아와 중국이 바로 그 2개 상임이사국이다.

 

이날 황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국가명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2006∼2017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겨냥한 10개의 주요 제재 결의안에 모두 찬성표를 던진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유독 2022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만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황 대사는 중국·러시아를 향해 “상임이사국은 자기 모순적인 비토권 행사를 자제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15개국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5개국은 늘 안보리에 참여하는 상임이사국, 다른 10개국은 각 대륙별로 선출되는 2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이다. 1945년 창설 당시 유엔은 미국·영국·프랑스·중국·소련(현 러시아) 5대 강대국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부여했다. 이들 5개국은 일종의 특권인 거부권도 갖는다. 다섯 나라 중 어느 한 나라가 반대해면 안보리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2022년 5월 일본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독일, 인도, 브라질과 더불어 상임이사국 지위를 노리는 대표적 국가다. AFP연합뉴스

◆"거부권 제한이 답… 상임이사국 추가 불필요"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이 거부권을 악용했다. 안보리가 러시아를 제재하고 우크라이나를 원조하려는 결의안을 채택하려 할 때마다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무력화한 것이다. 미국과 사이가 나쁜 중국도 거부권 남용에 가세했다. 안보리가 ICBM을 발사한 북한 제재를 강화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려 할 때마다 러시아와 둘이서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무력화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자 안보리 개편 논의에 불이 붙었다.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을 자처하는 일본, 독일, 인도, 브라질 등이 앞다퉈 “상임이사국 문호를 확대해야 한다”며 “우리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어 안보리를 개혁하고 국제평화에도 기여하겠다”는 주장을 편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바이든 대통령은 “중남미 국가 중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나와야 한다”며 사실상 브라질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돕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하지만 한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에는 반대한다는 의사가 확고하다. 유럽의 이탈리아, 북미의 캐나다, 중남미의 멕시코·아르헨티나 등도 한국과 같은 의견이다. 일단 상임이사국이 되면 영원히 상임이사국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데, 현재 강대국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강대국으로 남는다는 보장은 없다는 취지에서다.

 

이날 황 대사는 “거부권 부여 여부와 관련 없이 상임이사국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상임이사국 확대론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기존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을 향해 “자기모순적 거부권 행사 자제가 상임이사국의 위상과 안보리의 권위·정당성 유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