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뿜어지는 흙탕물… 씻겨지지 않는 ‘울음바다’ [전국 '물폭탄']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 입력 2023-07-16 18:26:53, 수정 2023-07-17 06:16:24 “저 진흙 구덩이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끄억.” 16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의 구조작업을 지켜보던 희생자 가족들은 연신 터지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세차게 쏟아진 비가 미호천 둑을 무너뜨리고, 물살이 지하차도를 지나려던 차량과 가족을 덮친 현장엔 애통함이 가득했다. 흙탕물로 뒤덮인 참담한 현장은 가족들의 가슴처럼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궁평2지하차도는 사고가 발생한 전날엔 지하차도에 물이 가득 찼고 흙탕물로 시야 확보를 하지 못했다. 이에 대용량 방사시스템을 이용해 물을 퍼내는 작업이 먼저 시작됐다. 양수기와 수중펌프 등도 동원했다. 빗물 유출부엔 유실망을 설치하고 원활한 구조를 위해 중앙분리대 철거와 지하차도 배수를 위한 물막이 설치도 이뤄졌다. 수중 드론 등을 통한 실종자 수색작업을 지속했지만, 계속되는 비 등으로 수색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 현장에서는 버스 상판 윤곽이 드러난 이후 수색작업이 본격화됐다. 버스 안에서 5명을, 지하차도 청주쪽 입구에서 1명을 연이어 발견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턴 지하차도로 물이 흘러들어온 미호강 제방 긴급 복구에도 나섰다. 서정일 청주소방서장은 “밤샘 배수작업으로 버스 상판 등이 드러나 수색을 시작했다”며 “새벽 6시쯤 잠수부 등을 투입해 수색하고 오전 7시26분 52살 여성 실종자를 버스 앞 출입구 쪽에서 발견했다”고 했다. 이어 “오전 7시31~38분에 버스 뒤쪽에서 여성 3명과 남성 1명 총 4명의 실종자를 추가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중 한 명은 탈출을 시도했는지 버스 앞쪽 출입구에서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새벽에도 배수작업을 했지만, 지하차도 내부의 많은 부유물로 시야 확보가 안 돼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지하차도 내 수심이 1m 정도에 이르자 흙탕물과 부유물이 섞여 흡사 뻘의 형태를 이룬 곳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실종자 수색작업이 더딜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재난당국은 지하차도 양방향에서 중앙 부분으로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궁평방면에서는 잠수부 2명이 물 속을 살피고, 세종방면에선 구조대 8명이 보트 2대로 실종자를 찾고 있다. ◆금강통제소 ‘교통통제 경고’ 무시한 구청… 주민 “모래주머니 아닌 모래로만 제방”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지방자치단체의 무책임한 대응이 야기한 인재(人災)였다. 집중호우로 홍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흥덕구는 지하차도 등 위험도로에 대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고, 제방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사고 이후 비판이 제기되자 흥덕구는 “금강홍수통제소에서 위험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가 “통보는 받았지만, 교통통제 하라는 얘긴 없었다”고 말을 바꾸기까지 했다.
16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40분 미호강의 무너진 제방을 타고 하천의 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차량 15대가 고립돼 물에 잠겼다. 인근 미호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진 건 오전 4시10분으로, 지하차도에 물이 유입되기 4시간30분 전이다. 하천 수위가 급격히 올라 오전 6시30분에는 경보 수준을 넘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관할구청에 인근 도로의 교통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당국의 교통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행정당국이 홍수경보가 내린 뒤 4시간30여분이 지나도록 차량통제를 하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은 하천 제방관리도 허술했다고 입을 모았다. 장찬교(68) 전 궁평1리 이장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날 사고 발생 1시간 전인 오전 7시30분 미호강 근처로 가 보니 수위가 오르고 있어 포클레인 1대가 모래를 바가지로 퍼서 뚝을 올리고 있더라”라며 “모래주머니도 아니고 모래를 퍼서 올리고 있길래 제대로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무시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감리단장과 직원 3명이 있길래 장비를 더 동원해야 한다면서 30분 넘게 얘기했지만 듣지 않더라”라며 “오전 8시10분엔 강에서 물이 넘쳐 신축 교량에 씌워 놓은 방수포까지 흐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오전 8시40분 하천의 물이 삽시간에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길이 430m의 지하차도 터널은 2∼3분 만에 6만t의 물로 가득 찼다. 차도에 진입한 5대의 차량은 이곳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사고가 난 지하차도는 미호천교와 직선거리가 600m 정도이고, 가까운 제방과는 200여m 남짓한 데다 인근 논밭보다 낮은 지대여서 침수사고가 예견되는 곳이었다.
흥덕구의 홍수 대응 적절성 논란도 일고 있다. 사고가 난 오송 지하차도 도로는 충북도, 제방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할이다. 오송 전체를 관할하는 청주시 역시 부실 대응 비판을 받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제방이 범람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이 쏟아져 들어와 차량을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15일 진행한 작업은 혹시라도 흘러 넘칠까봐 방수포를 덮고 흙으로 덮어 누르려고 하려던 작업이었는데 주민들은 성급하게 뚝을 쌓는 것처럼 보신 거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안전관리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전형적 인재라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과)는 “호우경보가 내려졌으면 지하차도를 차단해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천변 가까이에 있는 지하차도는 특히 비가 올 때 집중통제를 해야 한다”며 “미리 통제할 수 있도록 재난문자에 지하차도 통행금지를 고지하고 하천 근처에 있는 지하차도, 차량이 많이 왕래하는 지하차도, 길이가 특별히 긴 지하차도는 집중통제와 관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