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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왜 나이 든 사람이 미래 결정하나”… 與 “어르신 폄하 DNA가 또 고개”

野 ‘김은경 노인폄하’ 논란 여파 촉각

혁신위 “청년 정치 참여 독려 의도
아들 말 옮긴 것뿐… 金 뜻은 아냐”
野, 17대 총선서 쓴맛 경험에 주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청년들과) 1대 1로 표결해야 하나”라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당으로부터 “노인비하”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혁신위는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혁신위는 전날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청년층과 좌담회를 열고 당 혁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김 위원장이 자녀와 나눈 대화를 소개하면서 나왔다. 김 위원장은 “둘째 애가 22살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중학교 1학년인지 2학년일 때 이런 질문을 했다”며 “왜 나이 든 사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는 것)”라고 했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7월 3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청년좌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 위원장은 이어 “자기가 생각할 때는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부터) 여명까지로 해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되게 합리적이지 않나”라고 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라고도 했다. 또 “‘왜 미래 짧은 분들이 일대일 표결해야지’ 합리적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1인 1표 선거권이 있어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소개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은 “노인 폄하”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민주당의 ‘어르신 폄하 DNA’가 또다시 고개를 든다”며 “유불리만 따지는 정치계산법이 빚은 막말 참사”라고 했다. 또 “경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나라 걱정하시는 어르신들이 민주당에게는 반가운 존재가 아닐지 몰라도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했다. 김민수 대변인은 “민주당 혁신위가 현대판 고려장을 말하고 정치에 담는다”고 일갈했다.

논란이 커지자 혁신위는 “(김 위원장의) 아들이 중학생 시절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부인한 바는 없다”고 했다. 문제의 ‘미래 짧은 분들’ 발언과 관련, 혁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과거 아들이 했던 발언을 말로 옮긴 것이지, 김 위원장의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총선에서 노인 폄하 이슈는 파괴력이 적잖아 민주당은 발언의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거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정동영 의장은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3월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탄핵정국의 후폭풍으로 열린우리당은 여론조사에서 최대 200석까지 점쳐졌으나 이 발언 여파 등으로 152석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