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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주차할 데가 없어요”…‘번호판 없고 아랍어 적힌’ 차들, 인천 꽃게 거리 점령

수출 위해 등록 말소된 중고차…보관료 아끼려 무료주차장에 방치
연수구 조만간 강력 단속 예고…“말소차량 불법행위 근절하겠다”

인천 연수구 송도꽃게거리에 번호판이 없고, 아랍어가 적힌 차량들이 즐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변 무료 공용주차장을 차지한 이같은 차량 20여대는 오랜 기간 그대로 방치돼있었다고 주변 상인들은 전했다. 

지난 14일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송도꽃게거리 공영주차장에 수출 대기 중고차가 방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꽃게거리 일대 상인들은 인근 중고차수출단지(옛 송도유원지 터)에서 활동하는 업자들이 보관료를 아끼려고 수출 대기 차량을 이곳에 가져다 놓은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일부 차량에는 리비아 등 수출 목적지와 뜻을 알 수 없는 아랍어 등이 적혀 있었다. 상당수 차량에는 이동을 요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계고장도 붙어 있어 오랜 시간 이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주변에 사는 한 주민은 “중고차 상인들이 새벽이면 카캐리어(자동차 운반차)에 중고차를 실어다가 이곳에 몰래 주차하고 있다”며 “공영주차장뿐만 아니라 골목에도 차량을 방치해놓다 보니 주민들이 정작 주차할 공간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지자체는 그동안 이들 차량을 강제로 이동하는 견인 조치를 하지 못했다. 현행 주차장법 관련 판례에 따라 지정된 주차구역 내에 있는 차량은 장기간 방치 사실이 명확하게 입증돼야 견인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수구는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7개월간 송도꽃게거리 일대 공영주차장에 방치되고 있던 무등록 수출 대기 차량 430여대를 단속하고도 계고장 부착 조치만 했다.

 

구는 최근에야 법률 자문을 거쳐 이들 차량을 견인하거나 이동제한 장치를 설치하는 등 제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만간 강력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구는 이와 함께 말소차량의 도로 주행 등 각종 불법행위를 상시 감시하고 신고하는 주민감시단도 발족했다. 연수구 관계자는 15일 “그동안 진행했던 계도 활동과 달리 앞으로는 1차 계고 조치에 불응하면 이동제한 장치를 설치하고 이후 견인까지 할 계획”이라며 “말소차량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