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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日 기자에 "당신 같은 법학교수 안 만나 다행"

한·미·일 3국 정상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 열려
교도통신 기자, ‘한 가지’ 묻겠다더니 질문 6개
바이든 "대단한 상상력… 어쨌든 정당한 물음"

“한 가지만 묻겠다더니 결국 여섯 개의 질문을 했군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의를 취재한 일본 기자에게 농담을 건네 눈길을 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로서는 훌륭하지만 당신이 법학교수라면 제자들이 몹시 피곤하겠다’는 취지로 말해 참석자들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러큐스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의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 도중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수도 워싱턴에서 100㎞쯤 떨어진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의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 나섰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 취재진을 대표해 각 1명의 기자가 질문을 했다.

 

기시다 총리에 의해 질문자로 선정된 교도통신 다지리 료타(田尻良太) 기자는 각 정상에게 ‘한 가지 질문’(a question)을 하겠다는 말로 운을 뗐다. 먼저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일본의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 물었다. 또 아시아에서 중국의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미·일 3국의 관계 심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문했다.

 

다지리 기자는 이어 윤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가중되는 시점에 한·미·일 3국의 새로운 동반자 시대 선언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물었다. 또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한국 정부는 ‘오염수’라고 부름) 방류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한테 설명을 들었는지 질문했다.

 

기시다 총리한테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그리고 대만해협 등에서의 중국의 현상변경 시도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결과적으로 세 지도자에게 각 두 개씩 총 여섯 가지 질문을 던진 셈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 대통령(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국 정상회의 후 취재진을 상대로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답변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다지리 기자를 향해 “한 가지만 묻겠다더니 결국 여섯 개의 질문을 했다”며 “당신은 대단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쨌든 그것들은 모두 정당한 물음”이라며 “모든 질문에 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여기까지는 언론인으로서 다지리 기자의 근성을 칭찬하는 뉘앙스였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로스쿨 시절 당신 같은 법학교수를 만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교수가 학생한테 “한 가지 질문만 하겠다”고 하고선 실제로는 여섯 개나 묻는다면 몹시 곤혹스러웠을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말에 기자회견 참석자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기자들의 이목은 그의 중국 관련 언급에 쏠렸다. 백악관 대변인실 측과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돌발 질문 역시 모두 중국에 관한 것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언제쯤 만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갑작스러운 물음에 바이든 대통령은 대답을 피했다. 회견 말미에 누군가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이기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