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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상 작품’ 철거 서울시에 정의연 “위안부 역사 지워… 吳가 짓밟고 깨부숴” 맹비난

정의기억연대 “임옥상 성폭력 등 기억할 방안 마련 제안… 오세훈 시장은 철거로 답했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서 1심에서 성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민중미술가 임옥상 화백의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조형물 철거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의 민중미술가 임옥상 화백 남산 조형물 철거 방침을 ‘위안부 역사 지우기’로 규정하고 날을 세워온 정의기억연대가 5일 오전 이뤄진 시의 기습 철거에 “여성폭력 저항의 역사 지우기”라고 맹비난을 쏟아냈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아픈 역사를 반드시 기억하겠다’는 다짐으로  총 1만9754명 시민의 마음이 모여 남산자락 옛 통감 관저 터에 조성한 여성인권·평화의 터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짓밟고 깨부쉈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임옥상의 성폭력과 일본군·위안부 역사를 모두 기록하고 기억할 방안을 공론의 장에서 먼저 마련하자고 제안했지만, 오세훈 시장은 철거로 답했다”며 “불통과 독단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은 임옥상 개인의 작품이 아니다”라며 “‘대지의 눈’에는 故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끌려감’ 작품과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생애와 말들이 새겨져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세훈 서울시에 의해 그 기록이 지워지고 부서졌다”며 “피해자들의 말과 이름이 지워지면 일본의 과오 또한 지워지고, 임옥상의 성폭력도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고 지워진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점들을 들어 시의 임 화백 작품 철거를 ‘위안부 역사 지우기’와 ‘여성폭력 저항의 역사 지우기’로 규정하면서, 정의기억연대는 “앞으로 서울시가 ‘기억의 터’를 어떻게 재조성할지 똑똑히 지켜보고 개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시는 같은 날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있는 임 화백의 조형물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2점을 철거했다. 전쟁 성범죄 피해로 고통 받은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2016년 조성된 ‘기억의 터’에는 두 조형물과 함께 기부자 이름이 기재된 명판과 민족문제연구소가 설치한 ‘통감관저터’ 비석 등이 세워졌다. 시는 전쟁 성범죄 피해로 평생 고통받아온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공간 내 성범죄 유죄 판결 작가의 작품 존치를 위안부 모욕으로 판단하고, 특히 국민 정서에 반하는 점을 들어 철거가 마땅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세계일보가 이날 찾은 철거 현장에서는 작품 잔해를 트럭에 싣는 관계자들이 눈에 띄었다. ‘세상의 배꼽’이 있던 자리에는 차량 바퀴 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서 1심에서 성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민중미술가 임옥상 화백의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조형물 철거가 이뤄지고 있다.

 

강제추행 혐의로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임 화백과 검찰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013년 8월 자신의 미술연구소에서 일하던 직원을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로 지난 6월 불구속기소됐던 임 화백의 2심은 같은 법원 형사항소2부가 심리한다.

 

오 시장은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가 성추행을 인정한 작가의 작품 철거를 막아섰다”며 정의기억연대 회원들의 철거 반대를 비판했다. 계속해서 ‘시민단체는 죽었다’와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라는 말을 더하고, “오랜 세월 진영논리에 젖어 사고하다 보니 무엇이 상식인지도 모르는 듯 하다”는 지적도 남겼다.

 

시는 조성 당시 관계자와 전문가의 제안을 받아 공공미술위원회의 자문 등을 거쳐 조형물이 철거된 자리를 새로운 콘텐츠로 채우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