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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10점차 완패… 무너진 ‘우생순’ 신화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은메달… 대회 3연패 좌절
한·일전 ‘무패 공식’ 깨고 11년 만에 져

2010년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은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팀에 생채기를 냈다. 핸드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광저우 대회를 제외하고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이 대회에서만 4강에서 일본에 잡혀 동메달을 차지했다.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류은희(33·헝가리 교리)에게는 큰 아픔이었다. 이제 최고참이 된 류은희는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내내 “광저우 참사”를 언급하며 두 번의 아픔은 없길 희망했다.

 

하지만 대회 3연패이자 8번째 금메달을 기대했던 여자 핸드볼팀이 항저우에서 또다시 일본에 무너지며 상처를 입었다. 대표팀은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저장궁상대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19-29, 10점 차로 완패했다. 승리가 예상됐던 경기에서 충격이 더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 한일 정기전 이후 일본에 12연승을 거둘 만큼 강했다. 하지만 일본에 금메달을 내주면서 아시안게임에선 처음으로 은메달을 가져갔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선수들이 일본과 결승전에서 패한 뒤 쓸쓸히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한국은 경기 시작 2분20초 만에 류은희가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갔다. 하지만 2분여 뒤 내리 2골을 내준 이후부터 단 한순간도 리드를 가져가지 못했다. 전반을 8-14로 6골을 뒤진 한국은 후반 초반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서서히 일본을 10-15, 5점 차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경기 내내 선수들의 몸도 무거웠다. 류은희와 김보은(26·삼척시청)이 나란히 3골씩 기록한 게 팀 내 최다득점일 정도로 아쉬웠다.

 

헨릭 시그넬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몸이 무거웠다. 축구게임처럼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골라서 넣을 수도 없지 않으냐”며 “많은 기대를 했던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아쉬워했다.

 

맏언니 류은희는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글썽였다. 류은희는 “선수들이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지만 초반에 골수가 많이 나다 보니까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었던 것 같다”며 “저희가 크게 문제가 있어서 진 것 같진 않고 일본 선수들이 협력수비를 잘한 데다가 공이 갈 길목도 잘 차단했다”고 평가했다. 이후 류은희는 “언니들의 업적을 제가 또 깨버린 것 같아서 많이 속상하다”며 “항상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뭔가 삐걱댔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