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같은 민족으로서 남북관계를 폐기하고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하는 개헌도 추진하고 나섰다. 남북관계 파탄에 쐐기를 박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정권 스스로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우리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가 전날 열려 헌법 개정을 논의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근 80년간의 북남(남북) 관계사에 종지부를 찍고 대남정책을 새롭게 법화(法化)했다”며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NLL)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규정한 남한 헌법을 거론하며 차기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 헌법에도 영토 조항 신설을 심의할 것을 주문했다. 현 북한 헌법에는 영토 조항이 없다. 그는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표현을 헌법에서 삭제할 것, ‘삼천리 금수강산’ ‘8000만 겨레’ 표현을 사회에서 폐기할 것,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등 평화통일 상징물을 철거할 것,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 개념을 제거할 것, 경의선 북측 구간을 회복 불가 수준으로 끊을 것, 접경지역의 남북 연결 여건을 철저히 분리할 것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또 핵무력을 강조하며 “전쟁은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끔찍하게 괴멸시키고 미국에는 상상해 보지 못한 패배를 안길 것”이라고 위협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김 위원장 발언을 직접 겨냥하며 경고했다.
그는 “오늘 아침 기사를 보면 (김 위원장이) 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대한민국을 균열시키려는 정치 도발”이라며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쟁이냐 평화냐’를 협박하는 위장평화전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도발 위협에 굴복해 얻는 가짜평화는 우리 안보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동족 개념을 폐기한 것을 겨냥해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지 주민이 아니다”라고 단언한 뒤 “북한 주민들은 우리와 똑같이 자유와 인권과 번영을 누릴 권리를 가진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일부에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제정할 것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