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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구호품 해상통로 구축 시도… 식량부족 위기 해소될까

격화한 전쟁 상황과 이스라엘군의 봉쇄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식량 부족 등 인도주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자지구로 대규모 구호품 공급을 하기 위한 해상통로 구축이 시도된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제구호단체 ‘오픈 암스’와 ‘월드센트럴키친’(WCK)이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가자지구와 가장 가까운 국가인 키프로스의 라르나카 항구에서 ‘오픈 암스’ 호에 식량과 물 등 생필품 200t을 선적 중이다. 3주째 라르나카 항구에 정박한 채로 대기 중이던 오픈 암스 호는 빠르면 10일 출항해 해상 통로로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을 시도한다. 이는 해상운송으로 가자지구에 구호품 전달을 시도하는 첫 사례로 이들 구호 단체와 함께 대부분 아랍에미리트(UAE)가 자금을 댔다.

 

9일(현지시각) 미 공군이 투하한 인도주의적 지원 물품이 낙하산에 매달려 가자지구 상공에서 낙하하고 있다. AP뉴시스

선박 출항은 가자지구를 통제 중인 이스라엘 측 협의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코스 크리스토두리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이날 “앞으로 24시간 내로 구호품 선박이 라르나카에서 출항할 것”이라며 “안보상의 이유로 구체적인 출항 시간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WCK 측도 로이터에 출항이 “모든 여건이 갖춰줬을 때 가능한 한 빨리”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날 유럽연합(EU) 집행위는 키프로스와 가자지구를 잇는 해상 통로로 구호품을 운송하기 위한 ‘아말테이아 구상’(Amalthea Initiative)을 시범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참여국이 함께 이 모델을 기반으로 해상을 통한 상당한 양의 추가 지원을 하려 한다”고 이번 시도가 가자지구 해상 운송 루트를 만드는 시도임을 시사했다. 오픈 암스 측은 이날 “가자지구로 향하는 인도주의적 해상 구호 통로를 건립하기 위한 노력이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의 예인선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위한 생필품 수백톤을 실은 채 당장이라도 출항할 수 있도록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주가 돼온 이집트를 통한 육로로의 구호품 전달은 최근 전투가 주요 통로인 이집트 접경도시 라파 등으로까지 확대되며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이에 미국과 프랑스 등이 구호품 공중 투하에 나섰지만 대규모 지원이 어려워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 위기 해소에 한계가 있었다. 선박 운송은 대량의 구호품 지원이 가능해 최근 대두된 가자지구 내 식량 위기 등에 대응이 가능하다.

 

다만, 가자지구 내에 운영 중인 항구가 없는 상황이라 해상 운송로 확보가 가능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하마스가 집권한 2007년부터 가자지구 해상 접근을 통제해왔으며, 그 후로 지금까지 배로 가자지구에 직접 도달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U 당국도 초기 구호품 선박이 어디에 배를 댈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다.

 

앞서 미 국방부는 가자지구 해안에 구호품 전달을 위한 임시 항구 설치 계획을 밝히며 항구 건설에 최대 60일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WCK 대변인은 WCK와 그 파트너들이 미국 정부의 계획과 별도로 가자지구에 임시 부두를 건설 중이며, 배가 그곳까지 항해해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