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헬멧’ 들고 웃은 이재명 “쪽파는 된다고 하니까 쪽파만 붙여서 가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같은 당 부승찬 후보 지지 유세 중 “참으로 서글픈 비유 아닌가” 입력 2024-04-06 15:00:04, 수정 2024-04-06 16:35:21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병 후보 등 지지 유세에 나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6일 현장에 등장한 ‘대파 헬멧’을 든 채 “쪽파는 된다고 한다”면서, “대파는 빼고 쪽파만 붙여가도록 하자”고 사전투표나 본 투표에 참여할 이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인천 계양을 후보이기도 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사거리에서 진행된 부 후보 등 지지 유세 도중, 현장에 등장한 ‘대파 헬멧’에 “이리 줘보세요”라고 말한 후 오른손으로 들고는 이처럼 농담조로 말했다. 이어 부 후보에게 ‘한 번 써보자’며 헬멧을 씌운 이 대표는 “대파 헬멧, 사실 우리가 웃자고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참으로 서글픈 비유 아닌가”라고 모인 이들에게 물었다.
이 대표는 “이 나라가 입을 틀어막는 ‘입틀막’도 부족해서 기자들의 허벅지를 테러했다고 용산의 시민사회수석이라는 사람이 언론을 겁박하더니, 이번에는 파를 틀어막는 ‘파틀막’(을 한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투표소에 칼을 들고 들어가는 걸 막는 건 이해하지만, 대파를 들고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철저하게 중립적이어야 할 선관위조차도 이제는 폭압적인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느냐”면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인권은 어디로 갔나. 대통령이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을 두고 스웨덴의 연구기관은 선진국 중에서 독재화의 길을 가는 곳이 대한민국이라고 공식 발표하지 않았느냐”고 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두고는 “해외를 줄창(줄곧) 들락거리더니 결국은 외교 망신에 국제적으로 고립돼 우리 기업들의 수출 환경만 악화하고 경제 영토가 줄어드는 외교 실패만 불러오지 않았나”라면서, “경제는 폭망했고, 민생은 파탄이라, 내 자식들을 끌어안고 ‘이 세상 그만 살아야겠다’며 고통 속에 절규하는 국민들이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정부를 겨냥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 대표는 “이러던 사람들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며 “‘반성한다’, ‘사과한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여러분은 그들이 흘리는 눈물이 진정한 눈물로 보이나”라고 어이없어했다. 이를 ‘악어의 눈물’로 규정하고는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강자들이 권력을 누리다가 그 권력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악어의 눈물’에는 일말의 동정도 보내지 말아야 하나면서다.
계속해서 “그들의 눈물과 사과의 시효는 딱 4월10일까지”라며 “4월10일이 지나면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가 맡긴 권력과 예산으로 자신들의 뱃속을 채우고, 국민들을 억압하며 나라 경제와 안보를 망치고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권력의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을 유권자들이 알아야 한다는 말도 이 대표는 더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부산이 넘어가면 전국이 무너진다’며 한 번만 기회를 달라던 서병수 국민의힘 부산 북구갑 후보 등의 사전투표 독려 기자회견 기사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고는,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며 “악어의 눈물, 가짜사과에 더 이상 속을 국민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현장에서 부산 지역 국민의힘 후보자들은 국민을 향한 큰절도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더욱 따끔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취지로도 역설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고 여전히 이 정권에 미련을 가진 분이 많을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들은 우리를 위해서 대신 일하는 일꾼일 뿐이고, 잘못하면 잘못했다고 책임을 묻고 잘하면 잘했다고 상을 줘야 그들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부각했다.
이 대표는 “사랑하는 자식일지라도 잘못된 길을 가면 야단치고, 그래도 안 되면 회초리를 드는 게 바로 부모의 심정”이라면서 “여러분이 윤석열 대통령이 불행한 결과를 맞이하지 않고, 우리 국민과 이 나라도 불행한 사태를 맞이하지 않게 하려면 이번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말로 오직 ‘정권 심판’만이 모두가 정상의 길로 되돌아갈 길이라고 내세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논란이 된 ‘대파 소지 선거인’에 관한 문건 배포에 ‘공정성’과 투표소 내의 평온·질서 유지를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조동진 중앙선관위 대변인은 지난 5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할지 공정성을 중요시할지 항상 고민한다”며 “아무래도 투표소 안은 평온과 질서 유지를 위해 공정성을 더 중요시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대파를 소지한 사람의 출입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게 아니다”라며 “최초 민원의 질의 자체가 ‘정부에 항의하는 정치적 목적으로 대파를 가지고 투표소에 가는 게 가능하느냐’였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소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항의하는 정치 행위를 할 경우 다른 선거인에게 심적 영향을 줄 수 있고, 비밀 투표 원칙도 깨질 수 있기에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파 소지를 제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투표를 마친 뒤 사전투표소 밖에서 대파를 들고 투표 ‘인증샷’을 찍는 경우는 가능하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