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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이다” 액셀 더 세게 밟은 65세 택시기사 왜?

처음 공개된 페달 블래박스 영상 보니
발은 가속페달... 뇌는 브레이크로 착각
“당황하면 노련한 운전자도 쉽게 발 못 떼”

한국교통안전공단 발표 자료 (사진=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홈페이지)

 

16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운전자 차모(68) 씨의 급발진 여부를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주택가 담벼락을 들이받고 급발진을 주장한 택시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눈길을 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올해 2월 27일 자동차 국제기준제정기구(UN WP29.) 산하 페달오조작(ACPE) 전문가기술그룹 회의에서 한 택시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 사고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 자료는 현재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홈페이지에도 게재돼 있다.

 

사고는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12시 52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65세 남성이 운전하던 전기 택시가 담벼락을 들이받았고, 운전자는 “우회전 중 급발진으로 감속페달(브레이크)을 수차례 밟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운전자가 장착한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결과 ‘페달 오작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해당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고 주장한 지점에서 차의 속도가 붙었고, 30m를 나가는 데 3초가 걸렸다. 3초 동안 이 운전자가 급박하게 페달을 밟은 횟수는 6번이었다.

 

그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가 빨라졌을 때 페달을 끝까지 밟았고 발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내달린 거리는 총 119m였고, 7.9초가 지났다. 페달을 여러 번 밟는 동안 차의 속도가 빨라지는데도 운전자는 자신이 밟은 페달이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김한용 자동차 전문기자. 

 

11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이자 자동차 전문 기자인 김한용 모카 대표는 유튜브 영상에서 지난 4일 “차가 튀어 나갔는데 노련한 사람이 어떻게 옮겨 밟지 못할까 생각할 수 있다. 흔히 생각할 때 밟았다가 튀어 나가면 ‘어? 아니었구나’ 하고 옮겨 밟을 걸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단 가속페달을 밟고 차가 엄청난 속도로 튀어 나가고 당황하게 되면 노련한 택시 운전사도 절대 이 페달에서 발을 쉽게 뗄 수가 없다. 이미 자기가 머릿속에서 급발진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급발진이 일어날 거라고 믿는 사람에겐 차가 튀어 나갔을 때 ‘급발진이 일어났구나’라고 생각한 상황에서 무서운 급발진을 막는 방법이라곤 지금 밟고 있는 페달을 더 밟는 거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급발진 주장 차량 28대의 사고기록장치(EDR, 사고 직전 5초간의 가속페달과 감속페달의 작동 상황이 기록)를 분석한 결과, 가속페달을 70% 이상 밟았을 때 평균 차량 속도는 8.6km/h로 나타났다. 0.5초 전 평균 속도는 4.9km/h였다. 운전자는 차량의 이상(페달 오작동)을 감지하고 0.13초 만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전자는 가속페달을 여러 번 밟는데, 첫 번째 가속페달을 100% 밟는 데 약 0.2초가 걸렸다. 두 번째 밟는 데에는 약 0.1초로, 첫 번째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가속페달을 떼기 전 약 0.6초 동안은 가속페달을 밟고 있었다. 3번째부터 그 간격이 짧아졌고 7번째 이후 운전자는 충돌이 발생할 때까지 계속해서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