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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의 삶]‘민간 외교관’ 김덕은 한국기록원장

입력 : 2008-02-22 09:33:14 수정 : 2008-02-22 09: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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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귀한 기록들 통해 한국 널리 알리고파”
‘세계에서 가장 큰 액정표시장치(LCD) TV’, '세계 최대 규모의 쌀 모자이크'…. 한국기록원 김덕은(49·사진) 원장이 최근 세계기네스협회에 등재시킨 국내의 각종 진기록이다. 김 원장은 국내에서 발생한 각종 기록을 세계기네스협회에 올려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기록 외교관’이다.

“지난해 여름 전북 새만금방조제에서 작성하려던 ‘세계 최대 걷기대회’ 기록 실패가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많은 주민과 관광객이 참가했지만 목표에는 크게 못 미쳤었죠.”

20일 서울 마포구 한국기록원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첫마디로 지난해 ‘세계 최대 걷기대회’ 기록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정을 털어놨다.

김 원장은 지난해 8월 새만금방조제 완공 1주년을 맞아 전북 군산 자동차전시관∼방조제 입구 5㎞ 구간에서 ‘세계 최대 인원 걷기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방조제 길이(33㎞)에 맞춰 1m에 1명씩 모두 3만3000여명이 참여하는 대회를 계획했으나 참가자 부족으로 기록 달성에 실패한 것.

김 원장은 “당시 대회를 준비하면서 방조제를 돌아다니다가 차가 두 번이나 고장나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며 “기록을 수립했더라면 전 세계에 새만금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가 이같이 진귀한 기록 등재에 열정을 품게 된 것은 4세 때부터 판소리를 배운 딸 주리(16)양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됐다. 딸의 판소리 능력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00년부터 기네스 기록 만들기에 나섰다. 하지만 딸의 기네스 기록 도전을 준비하던 중 한국기네스협회가 문을 닫아 졸지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고민 끝에 2001년 한국기록원(당시 한국기록인증정보센터)을 직접 설립하고 진귀한 기록 관리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기네스 기록 등재에 대한 정보가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참다 못한 그는 영국에 있는 세계기네스협회를 두 차례나 찾아가 기네스 기록을 등재하는 방법 등을 익혔다. 이어 딸의 기네스 기록 도전에 돌입했다.
◇김덕은 원장이 2006년 열린 오므라이스 만들기 행사에서 오므라이스의 길이를 측정하고 있다.

2003년 3월 전남 해남에서 당시 11살(기네스 등재 나이는 10살 297일)이던 딸이 9시간20분 동안 쉬지 않고 수궁가, 심청가 등 판소리 공연을 펼쳤다. 이를 기네스 기록에 등재하기 위해 공연 상황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 언론보도 내용 등 관련 자료를 챙겨 다시 영국으로 날아갔다. 세계기네스협회의 심사 결과 딸의 공연이 ‘세계 최연소 최장시간 판소리 연창’ 기록으로 등재되는 영예를 안았다.

김 원장은 “딸의 기록을 기네스 기록에 등재시키기 위해 들어간 경비만도 수천만원에 달해 중간에 포기할 생각도 했었다”며 “하지만 딸의 기록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170여개국의 기네스북에 오른다는 기쁨에 이 같은 생각을 접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딸의 기네스 기록 등재에 그치고 않고 우리나라의 뛰어난 기록들을 세계에 알리기로 결심했다. 성과는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맨 먼저 2005년 5월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20호인 ‘의령 큰줄땡기기’의 큰줄 규모(길이 251m, 무게 56여t)를 신청해 세계기네스 기록으로 올렸다. 이전까지 이 부문의 세계 기록은 일본의 큰줄(길이 186m,무게 40t)이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얇은 휴대전화, 세계에서 가장 큰 액정표시장치(LCD) TV, 세계 최고 높이 실내 빙벽, 세계 최대 규모 ‘쌀 모자이크’(45.5m×36.4m) 등이 잇따라 그의 자문을 받아 세계기네스 기록에 등재됐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 세계기네스 기록에 오른 것은 모두 6건이다.

또 2005년 9월부터 135일간 만리장성 5000㎞를 걸어서 종주한 김영철(50)씨의 기록과 지난해 10월 만든 세계에서 가장 큰 떡(3680㎏) 등 10여건도 현재 세계기네스 기록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 기록 외에도 6948인분의 대형 비빔밥과 1분간 21통의 수박깨기 기록 등 모두 77건이 한국기록으로 올라 있다.

그가 이같이 각종 기록 및 흥미로운 일 등을 세계기네스협회에 등재하는 데 열정을 쏟는 것은 진귀한 기록을 통해 우리나라를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년 8월 말이면 인구가 9000여명밖에 안 되는 스페인의 부뇰에서 개최되는 토마토 싸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데, 이 축제 역시 기네스 기록에 올라 있다”며 “처음엔 지역 축제로 시작한 축제들이 기네스협회의 인정을 받아 세계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토마토 축제의 경우 현재 매년 4만명이 찾는 관광 상품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세계기네스협회 각종 기록 등재에서 중국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우리나라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례로 중국인들이 최근 백두산에서 세계 최대 눈 조각상을 만들어 세계 기록으로 등재한 것을 소개했다.

김 원장은 “세계 최대 눈 조각상의 기네스 기록 등재 당시 백두산이 세계 언론을 통해 중국인들이 말하는 장백산으로 소개됐다”며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리는 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민간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우리나라의 귀중한 자료와 기록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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