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추정인물인 박모씨의 긴급체포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미네르바 얘기로 도배되고 있다.
미네르바의 활동 무대였던 다음 아고라는 어느때보다 더욱 뜨겁다. 미네르바 관련 글들이 게시판 추천글 상위에 랭크됐고 실시간으로 미네르바 관련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의 주된 관심은 두가지로 압축된다. 미네르바 진위여부와 처벌 타당성 논란이다.
◆진짜 미네르바냐?= 지금까지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단 글이 올라올 때마다 가짜·진짜 미네르바 논란은 계속 일었다. 아고라의 경우 하나의 필명을 여러명이 함께 쓸 수 있는 구조인 데다가 글마다 미묘한 문체차이가 나타나거나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 조금씩 나왔기 때문이다. 글이 하나 올라올 때마다 네티즌들은 ‘미네르바 X맨’ 색출 작업에 나서곤 했다.
미네르바는 그동안 글에서 ‘고구마 파는 늙은이’ ‘늙고 초라한 노인네’ 을 자신을 밝혀왔다. 일부 언론에서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네르바는 나이 50대 초반이고 증권사에 근모했으며 해외 체류 경험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미네르바는 50대의 해외 체류 경험이 있는 전 증권사 직원으로 굳어져왔다. 미네르바 지인임을 자처한 사람들을 통해서도 ‘고위층 인사’ ‘전직 관료’ ‘해외 명문대 출신’ 라는 얘기들이 나왔다.
그러나 미네르바는 지난 5일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올린 ‘마지막에 기댈 것은 결국 희망입니다’라는 글에서 “저는 30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기업 인수 합병과 서브프라임의 자산설계에 발 담그면서 일반가계 대출 수익 모델링, 환율에 따른 주가 모델링을 했다”고 썼다. 계산대로 하면 그의 나이는 70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 네티즌들은 “미네르바가 50대의 중년이 아니라 70대의 할아버지였냐”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네르바 30대설도 있었다. 그가 구사하는 용어가 인터넷에서 젊은 층이 아니고는 나올 수 없는 언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었다.
30∼70대를 넘나들며 네티즌의 궁금증을 자아낸 ‘인터넷 경제대통령’이 30대, 경제학을 독학한 무직자로 나오자 네티즌들의 의구심은 증폭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30대의 무직자가 해외 명문대 출신 경제학박사보다 낫다”고 ‘박씨=단 한명의 미네르바파’와 “지금까지 글이 30∼70대 사이를 넘나든다” “전문가들도 금융권 종사자가 아니고서는 어려운 자료들이 포함됐다고 했다”라는 ‘박씨 ⊂ 다수의 미네르바 중 한명파’로 나뉘어 진위논란을 벌이고 있다.
◆“핵심은 인터넷 여론 통제다”= “전문대, 30세, 무직자는 중요치 않다. 분명한 것은 그는 경제전문가라는 점이다”
미네르바 체포 소식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미네르바의 ‘혐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네르바가 형사처벌된다면 전기통신기본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 법 47조 1항은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전기통신 설비를 이용해 공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했을 때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미네르바가 지난해 12월29일 올린 게시물 가운데 “정부가 금융기관의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는 부분이 ‘허위사실’에 해당돼 처벌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촛불시위대와 관련해서도 ‘여대생사망설’ ‘전경들의 진압거부’ 등의 글을 쓴 네티즌들이 최근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된 바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같은 혐의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가 500까지 간다” “한국은행이 금리 올린다” “IMF 구제 금융받는다” 등이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개인의 주장에 대해서 잘못됐다고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네르바의 글이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경제 전망, 예측을 내놓은 만큼 '미네르바를 처벌하면 모든 경제 애널리스트들을 처벌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주가 500간다나, 주가 3000간다나, 둘 다 틀렸다. 왜 한명만 처벌하느냐”고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미네르바 체포 근거가 된 ‘정부의 달러매수 금지 공문’에 대해서도 “실제 공문이 있었다면 허위가 아니지 않느냐”고 공문 존재부터 확실히 밝힐 것을 검찰에 요구했다.
다음 아고라 청원에서는 “미네르바를 석방시켜 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신설돼 9일 정오까지 44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청원을 올린 필명 ‘이스트라’는 “미래의 경제환경에 대해 예측하고 그것이 맞으면 그것이 허위사실 유포인가?”라며 “정부 비판하거나 마음에 안드는 인터넷 논객들이 사회를 움직일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 잡아가둘거라고 얘기하라. 헌법이 부끄러워지는 세상이다”라고 서명을 독려했다.
정진수 기자 yamyam19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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