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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를 잃었지만 행복한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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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1-13 10:52:16 수정 : 2009-11-13 10: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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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척 조카가 결혼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서초역 가까운 웨딩타운에서 식이 거행되었다. 부모의 자리에 앉기 위해 걸어가는 사촌 오빠는 더듬더듬 의자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다. 살아 있다는 것에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 오빠는 현대 미포 조선소에 근무했다. 전기 기술을 가지고 있는 오빠는 직원들이 일하지 않는 일요일을 택해 선반을 수리하기위해 높은 곳엘 올랐고 거기서 수리를 하고 있었다. 수리를 다 하고 내려오려는데 먼저 내려 간 직원이 시험가동을 하기위해 전기 스위치를 눌렀고 미쳐 내려오지 못한 오빠는 그 회사에서 두 다리를 절단하는 사고를 당했다.

너무도 청천벽력 같은 하루아침에 두 다리를 잃고 난 슬픔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젊은 혈기에 죽고 싶은 마음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식이 뭐기에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죽을 수가 없더란다.

악기라는 악기는 모두 다룰 줄 아는 멋진 오빠인데, 이제 어떻게 사나. 막막하기만 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산재보험에서 받은 400만원 위로금으로 음식점을 차렸다. 울산 로터리 부근 조그마한 식당에서 언니는 밥을 하고 오빠는 의자에 앉아 카운터를 보며 갈비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가게에 온 정신을 쏟으며 손님들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두 다리를 잃은 슬픔을 잊어버리려고 온 정성을 다해온 결과 가게는 번창하기 시작했다. 제일 맛있는 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점점 가게를 확장하게 되었고 아이들도 잘 커 주었다.

이번에 결혼하는 아들이 둘째아들인데 5남매 중 한명만 남았단다. 장애인 체육대회에 나가 포환던지기를 했는데 금메달을 땄다고 자랑한다. 비록 두 다리는 의족으로 살지만 너무도 밝은 얼굴, 아이들도 잘 키우고 너무 자랑스럽다.

아버지로서 장가드는 아들의 모습을 보는 그 뿌듯함,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행복하시기를 빌어 본다.

이명희 myung76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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