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유출된 요오드와 세슘, 제논 등 방사성물질이 한반도까지 강타하면서 안전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방사성물질은 암과 유전자 변이 등을 일으키는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전반적으로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극미량이더라도 안심해도 된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하는 전문가도 있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검출된 방사선량은 일상과 건강에 전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검출된 방사성물질이 자연 상태의 피폭량 수준보다 낮아 임신부는 물론 유아에게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방사성물질은 수일에서 수십년에 이르는 반감기 동안 인체나 생태계를 돌아다니는 만큼 적절한 대응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승숙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이번에 검출된 방사선량이 연간 선량 한도의 수만∼수십만분의 1 정도에 불과한 만큼 국민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피폭 방사선량은 최소 50mSv(밀리시버트)”라며 “일반인은 물론 임신부나 어린이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지만 요오드나 세슘이 인공 방사성물질인 만큼 계속 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장순흥 카이스트 교수(원자력공학)는 요오드나 세슘이 제논에 비해 반감기가 길고 유해성이 강한 물질이긴 하지만 검출된 양 자체가 매우 적어 인체에 유해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현재 검출된 요오드나 세슘의 양은 연간 한도량의 수만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적다”며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고 해도 연간 선량 한도를 초과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고 무조건 위험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검출된 양과 농도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균렬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도 “검출된 세슘과 요오드의 양을 보면 원전사고가 아니어도 검출될 수 있는 수준의 매우 적은 양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일반인들이 노래방에 가서 노출되는 방사선량이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방사성물질이 극미량이더라도 몸속에 들어간다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하미나 건국대 의대 교수는 요오드나 세슘의 경우 극미량이더라도 ‘0’이 아닌 이상 장기적으로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일반 방사선 노출 질환은 일정 기준치 이상 노출될 경우에만 발병률이 높아지지만, 암의 경우는 아주 극미량부터 발병률과 정비례 관계를 보인다”면서 “방사선 노출량이 기준치, 허용치 이하라고 해서 안심해도 된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송민섭·이태영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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