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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싫어한다구요? 이런 방법 지도해보세요”

입력 : 2011-10-15 00:30:17 수정 : 2011-10-15 00: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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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숙 맑은숲 독서치료연구소장
“말을 글로 써서 들려주면 효과…낙서·메모 등도 모아서 책으로”
“아이에게 일기 쓰는 시간은 거울을 보는 시간과 같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일기와 독서록 쓰기에 짓눌린 요즘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숙제가 바로 글쓰기다. 오죽하면 인터넷에 독후감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독서록 베끼기, 독후감 베끼기’라는 연관어가 상위에 검색될까.

이임숙(48·사진) 맑은숲 독서치료연구소장은 “어른인 우리가 그랬듯이 아무리 일기와 독후감을 썼어도 글쓰기 실력이 나아진 경우는 많지 않다. 그건 한 번이라도 진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담은 글쓰기를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에 이 소장은 최근 ‘참 쉬운 마음글쓰기’(부키)를 내고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와 지도법을 몰라 막막해하는 부모의 카운셀러로 나섰다.

이 소장이 내리는 솔루션 첫번째는 “아이의 말이 글이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하라”는 것. 아이들이 일기 쓰기를 힘들어하는 이유는 자신에 대해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라서다. “아이와 나눈 이야기를 녹음한 후 있는 그대로 써서 읽어 주세요. 자신이 한 말이지만 글로 써서 들려주면 굉장히 좋은 글로 느껴집니다.” 어린아이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보석이므로 그대로 써뒀다가 읽히는 것도 아이에겐 소중한 자산이 된다. 자신이 쓴 글로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의 글을 거실 벽에 전시하거나 액자로 만들어 주면 아이는 자신의 글이 의미 있게 느껴져 글쓰기에 재미를 붙일 수 있어요. 친척들이 방문할 때 아이의 글을 낭독해 칭찬을 받게 하는 것, 아이가 엄마 아빠에게 하고픈 말을 작은 메모지에 쓰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 됩니다.”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라는 말을 즐겨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질문법도 따로 있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는 아이에게는 자신이 안전하게 느껴지는 글감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세요.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가 아니라 ‘어떤 아이가 친구 연필을 몰래 가져왔는데 돌려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바꾸어 질문하는 거죠.”

앞으로는 국내 입시 전형에서도 논술문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형식의 에세이 쓰기가 부각될 예정이다. 어려서부터 글을 통해 즐겁게 자신을 드러내는 습관이 중요한 이유다. 이 소장은 아이들에게 “잘 쓰지 않아도 될 권리, 쓰다가 멈추거나 미룰 권리, 어디서나 어떤 종이에나 쓸 권리, 나만 알아보는 글로 써도 되는 권리, 남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써도 되는 권리”를 되찾아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의 낙서 같은 메모도 모아서 붙여주면 멋진 책이 된다. 자신의 글이 모여서 멋진 결과물이 된 것을 본 아이들은 글쓰기에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다만 아이들도 상투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글쓰기가 이뤄질 때에야 글쓰기의 자기치유 효과는 극대화된다. ‘엄마가 화가 났습니다’라는 표현보다 ‘엄마가 입술에 힘을 주고 꽉 다물었습니다. 그리고 얼굴이 붉어지고 눈썹을 찡그려서 이마에 주름살이 생겼습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관찰한 대로 묘사만 해도 글쓰기가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가르치면 된다. 베껴쓰기도 방법이다. 엄마가 함께 동시 외우기 시합을 한 후 외운 시를 독서록으로 옮겨 써보는 건 어떨까. 단 “동시의 출처를 밝히고 그 시를 고른 이유와 소감을 쓰도록 하는 게 포인트”라고 했다.

글쓰기 교육은 몇 살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 “아이 이름, 엄마, 아빠, 나비같이 아이가 좋아하고 자주 듣는 단어를 써주고 따라 쓰도록 하는 것부터 글쓰기 교육은 시작된다”고 조언한다. 다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경우 표현하는 내용이 중요하므로 틀린 글자를 지적하고 싶다면 글을 완성한 뒤 며칠 지난 다음에 하는 게 최선이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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