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 개혁 페이스북 등 기반 北 주민 결집 아직 시기상조
김정남 장례식에 나타나면 김정은 단기간 권력승계 도움 북한에도 민주화의 바람이 불어올까.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함에 따라 북한의 변화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조야는 김 위원장 사후에 ‘아랍의 봄’처럼 ‘평양의 봄’이 올지 주시하고 있다. 북한 주민이 외부세계에 눈을 뜨고 개혁과 개방, 민주화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미국이 생각하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한미경제연구소(KEI),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외교협회(CFR) 공동 주최로 20일 미국 워싱턴 KEI에서 열린 합동세미나에서도 북한의 변화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20일 열린 세미나에서 잭 프리처드 KEI 소장,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실장, 스콧 스나이더 미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왼쪽부터)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북한 정세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
잭 프리처드 KEI 소장은 평양의 봄이 오려면 통신의 발달로 정보가 빠르게 확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북한을 11차례 방문했던 프리처드 소장은 “상향식 개혁은 페이스북, 트위터, 휴대전화를 통한 정보의 속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북한에서는 그런 종류의 움직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휴대전화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아직 정보 전달과 확산의 도구로 이용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외부세계의 정보를 자원으로 한 주민의 결집된 움직임이 나타나기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프리처드 소장은 “북한에서 아랍의 봄과 같은 사태가 전개되는 데는 정보 전달의 속도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냈던 빅터 차 CSIS 한국실장은 “평양의 봄이 올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차 실장은 “북한에서 시위, 데모 등이 일어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현재 전개되고 있는 아랍의 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차 실장은 “절대 아니라는 말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북한에도 민주화의 바람이 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스콧 스나이더 CFR 선임연구원은 하부에서 일어나는 상향식 혁명보다는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하향식 변화의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최근 철권통치를 해온 미얀마가 그 같은 하향식 변화를 겪은 대표적인 국가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의 군부 엘리트는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집단”이라며 “군부가 그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미래를 점치는 데 있어 28일 열리는 장례식의 모습이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했다.
◆김정남의 행보는 ‘평양의 풍향계’다
마카오에서 정치적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의 장례식 참석 여부가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프리처드 소장은 “김정남이 장례식에 나타나면 북한 김씨 일가의 결속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리처드 소장은 “김정남이 나타나면 김정은이 단기간 내에 권력 승계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 실장도 “누가 장례식에 올지 눈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실장은 “최근 아프다는 소문이 있는 김정일의 동생 김경희와 김정일의 3남이 모두 장례식에 오는지 지켜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차 실장은 “북한이 앞으로 정상적으로 굴러갈지 가늠하는 차원에서 장례식 광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북한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 중국이 변수로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중국이 킹메이커가 아니라 북한의 권력 승계를 지원하는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실장은 “북한 문제는 중국의 새 지도부가 당면하는 첫 번째 중대 대외정책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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