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금융위기후 3년반 만에 최저
소득정체에 총저축률도 연속 내리막
“돈 빌려서라도 살림살이 꾸리자”
생계형 가계대출 가파른 증가세 불황에 국민의 호주머니가 바닥났다. 소비나 저축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올 2분기에 제로(0)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는 그나마 ‘쥐꼬리 성장’을 하고 있지만 쓸 수 있는 돈은 전혀 늘지 않았다. 쓸 돈이 줄면서 은행 대출로 생계를 꾸려가는 가구도 늘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318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318조7000억원보다 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은 사실상 0%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4분기(-1.5%) 이후 3년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여윳돈이 바닥나면서 돈을 빌려 살림을 꾸려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생계형 가계대출인 기타대출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은행과 제2금융권의 기타대출 잔액은 249조6552억원으로 한달 만에 1조1309억원이나 늘었다.
특히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 증가액이 7522억원으로 예금은행의 기타대출 증가액 3787억원보다 두 배 많았다. 기타대출은 올 들어 지난 3월 소폭 감소한 뒤 넉달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들이 비싼 이자를 무릅쓰고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는 현실을 반영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의 경제 현실을 저축할 여윳돈이 없고 생계를 꾸려갈 돈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국민의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지갑이 꽉 닫힐 수밖에 없는 극심한 내수 부진도 이런 실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추가 부양책이 소비 진작에 단기효과를 나타낼 수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세계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march2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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