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수수료만 2000억…보증사고 줄어도 종전 요율 적용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전세금 등을 보증해주면서 최근 3년여 동안 2000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보증사고가 주는데도 종전의 높은 수수료율을 그대로 적용했다. 전세금 보증도 서민보다는 돈을 떼일 염려가 없는 고신용자에게 집중됐다. 서민 주택금융을 명분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을 해온 셈이다.
◆서민 전세보증으로 거액 수수료 챙겨
15일 주택금융공사가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사가 거둬들인 보증수수료 수입은 2009년 615억원에서 2010년 625억원, 2011년 816억원 등 3년 동안 2056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서는 8월까지 58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수료 수입은 해가 갈수록 크게 느는 추세다.
공사는 전세·중도금·구입·건축 자금에 대한 보증을 해주면서 종류에 따라 연 0.15∼0.6%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처럼 공사가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거두고 있지만 보증사고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보증사고율은 2009년 1.72%에서 2012년 9월 현재 1.41%(금액 기준)로 떨어졌다. 사고율이 떨어지면 수수료율을 낮추는 게 순리다. 이 덕택에 공사의 당기순이익은 357억원에서 1364억원으로 늘었다.
◆저신용·저소득 보증소홀
전세보증에서 저신용자들이 소외받고 있는 현상이 드러났다. 공사가 노회찬 새진보정당추진회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공사가 제공한 전세자금 보증 건수의 76.7%는 신용등급 1∼5등급(개인신용평가시스템 기준)이 차지했다. 보증액 기준으로는 1∼5등급이 81.5%에 달했다.
이에 반해 6등급은 8.1%, 7등급은 4.4%, 8등급은 2.7%, 9등급은 3.3%에 그쳤다. 신용등급 미달로 인한 보증거절은 2010년 1만9083건에서 2011년 3만4862건으로 80% 넘게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는 2만2111명이었다.
고소득층의 전세보증이 늘고 저소득층은 감소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공사가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전세자금 보증은 작년 하반기 6만3571건(1조1620억원)에서 올 상반기 5만6491건(1조1211억원)으로 11.1% 줄었다. 전체 보증건수에서 저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39.4%에서 35.1%로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80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전세자금 보증은 2249건(1900억원)에서 2773건(2264억원)으로 22.5%나 늘었다. 전체 보증건수 중 고소득층 비중 역시 1.4%에서 1.7%로 상승했다.
박 의원은 “올 들어 전세금이 폭등하는데도 저소득층 전세보증 금액이 줄고, 은행 대출이 용이한 고소득층의 전세보증은 오히려 늘고 있다”면서 “공사 설립 취지인 서민 주택금융의 안정적 공급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