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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인터뷰] 정재영 “성유리 씨가 날 원해요? 그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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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1-03 12:10:05 수정 : 2012-11-03 1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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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상대배우를 고를 수 있나요. 성유리 씨가 날 원한다고요? 그럼 나도 성유리 씨!”(웃음)

언제부턴가 대중은 정재영이란 배우에게는 거친 이미지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면도를 하지 않은 얼굴(영화 ‘김씨표류기’)에 살벌한 언행을 일삼고(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수트를 입혀도 금세 주먹을 휘두를 수 있지만(영화 ‘카운트다운’) 내면에 친근함과 웃음을 간직한(영화 ‘웰컴투동막골’) 남자의 모습이 정재영의 현주소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감독 정병길)에서 정재영이 분한 최형구 형사는 그의 기존 이미지를 총집합시킨 것 같은 캐릭터다. “내겐 멜로 장르의 제안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며 웃은 정재영은 본인의 이미지, 대중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모습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예쁜 살인범과 거친 형사의 대결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영화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예비 관객들이 정재영이 살인범인 줄 알더라.

그럼 재미가 없지 않겠나.(웃음) 박시후가 엘리트 검사고 내가 거친 살인범이면 뻔한 이야기가 된다. 내가 이 영화에 매력을 느낀 건 바로 상반된 이미지의 캐릭터가 주는 새로움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과거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식인 살인마’ 사가와 잇세이의 실화와 상당히 닮았다. 영화 촬영 전, 당시 사건이나 사가와 잇세이가 실제로 발간한 문제의 책 등에 대해 공부를 했나.

책은 읽지 않았지만 당시 사건을 다룬 기사와 다큐멘터리를 봤다. 사가와 잇세이는 프랑스 유학 중 연인이었던 프랑스 여자를 토막살인하고 시신을 먹었다고 하더라. 비뚤어진 사랑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 당시 체구가 작은 동양 남성이 벌인 이 사건은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사가와 잇세이도 극중 박시후가 분한 연쇄살인마 이두석처럼 공소시효가 끝난 후 책을 발간해 이슈를 모았다.

당시 사가와 잇세이는 일본에서 재판을 받고 정신병적 문제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정신병원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가 공소시효가 지난 다음 자신이 벌인 행각을 책으로 썼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그런데 사가와 잇세이는 박시후처럼 잘생긴 사람은 아니더라. 정신병을 앓을 것 같은 외모였는데 내가 본 사진이 옛날 사진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웃음)

박시후가 분한 이두석은 예쁘장한 외모 때문에 연쇄살인 혐의에도 여성 추종자들을 얻는다. 섬뜩한 부분이다.

범죄자라도 박시후처럼 잘 생겼고 매너가 좋고 진심으로 회개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추종자가 생길 수도 있지 않겠나. 우리는 외모 지상주의 풍토가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남성들도 ‘차라리 성형수술을 해라’는 말을 듣는 세상이다.(웃음)

정재영이 생각하는 박시후의 매력은 무엇인가.

얼굴이 갖고 있는 분위기다. 박시후는 선한 인상에 선이 가늘고 여성스러운 눈매를 갖고 있다. 박시후의 신사 이미지는 외모와 드라마 ‘공주의 남자’ 등에서 맡아온 캐릭터가 갖고 있는 느낌이 합쳐진 결과다. 하지만 ‘내가 살인범이다’ 이후 박시후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외모라는 평을 받게 될 것 같다.


정재영이 이렇게 높이 평가하는 박시후는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정재영에게 묻어가도 되겠다 싶었다더라.

서로가 서로에게 묻어가는 것 아니겠나. 이미지가 상반된 배우들의 궁합이 좋은 경우가 많다. 비슷하게 생기면 겹치는 부분이 많아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 생각해 봐라. 고운 살인범에 미남 형사가 맞붙는다면 그건 하이틴 로맨스 장르가 된다.(웃음)

극중 박시후가 정재영이 던진 자장면에 얼굴을 맞는 장면이 있더라. 한 번에 마쳤나.

당시 촬영장에서 빨리 철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딱 1번밖에 할 수 없었다. NG가 나면 씻고 다시 분장하고 옷 갈아입고 여러 가지로 번거로운 사태가 벌어져 무조건 한 번에 끝내야했다. 왜 날 시키는지 모르겠더라.(웃음) 다른 물건으로 연습을 했지만 잘 알 됐는데 다행히 자장면으로 한 번에 성공했다. 꽤 세게 맞았는데 박시후가 아팠다고 하더라. 면발에 맞아본 경험이 없어서 정말인지 모르겠다. 거짓말 아닐까.(웃음)

이번에도 거칠고 욕하고 온몸으로 부딪히는 캐릭터다. 하지만 언젠가 정재영이 연기하는 엘리트 검사나 재벌 2세도 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캐릭터가 별로 재미가 없다. 완벽한 남자는 리얼리티가 아니라 판타지다. 내게 오는 역할이라면 상위층 재벌이라도 또 욕을 할 것 같다.(웃음)

그래서 멜로 장르에서는 정재영을 만나기 힘든 것인가.

내가 생각하는 멜로는 일반적인 작품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사실 나는 영화 ‘아는 여자’, ‘나의 결혼원정기’ 등을 통해 이미 멜로 장르에 출연했다. 나의 멜로는 그런 건조함을 담은 작품이고 그런 부분을 사랑한다. 문제는 멜로 장르의 작품이 내게 잘 안 들어온다는 것이다.(웃음) 하지만 운명처럼 다가오는 작품이 있다면 반드시 할 것이다.

어떤 배우와 멜로 호흡을 맞추고 싶은가.

그건 작품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사실 상대 배우의 결정은 배우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제작진과 감독이 결정하는 부분이다.

배우 성유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몇 번이나 ‘정재영과 멜로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도 성유리 씨.(웃음) 나를 원하는 분이라면 나도 상대배우가 되기를 바란다.

‘내가 살인범이다’의 개봉 이후, 또 어떤 작품에서 정재영을 만날 수 있나.

타임머신을 소재로 한 SF 영화 ‘AM 11:00’의 촬영을 마쳤다. 올 겨울에는 ‘방황하는 칼날’이라는 범죄 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찍을 예정이다. ‘내가 살인범이다’도 지난해 겨울에 고생하며 촬영했는데 올 겨울도 얼마나 추울지 벌써 걱정이다.(웃음)


박민경 기자 minkyung@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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