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증가율 둔화 겹쳐 저성장 기조 고착 우려
복지 수요도 계속 늘어…국가재정 위기감 커져 국책연구기관들이 투자부진과 소비위축, 원화절상 기조, 비은행권 가계대출 증가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공식 경고했다.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복지 분야 의무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며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체계적인 관리 역시 난제로 꼽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금융연구원, 한국조세연구원,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여한 거시경제금융회의 민간 작업반은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거시경제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정부정책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부진·양적 완화는 성장의 걸림돌
설비투자는 2000∼2007년에는 연평균 7.1%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2011년에는 4.6%로 급속히 둔화하더니 지난해에는 1.8% 감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투자부진은 자본축적을 저해할 뿐 아니라 최신 기술의 산업 활용을 방해해 생산성 향상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속도와 형태의 자본축적이 이어지면 생산가능인구 증가율 둔화와 맞물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약화하고 저성장 기조가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수출 여건이 신흥국의 경기 개선과 선진국의 완만한 경기회복으로 점차 나아지겠지만 양적완화가 발목을 잡을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늘어난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 금융시장에 증권투자자금 형태로 유입돼 가파른 원화절상과 수출부진, 경제성장세 둔화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 위축도 문제다. 주택가격 부진이 지속하면 가계부채 부담으로 소비 증가세가 제약을 받는다. 저소득층은 이자비용 때문에 소비지출을 줄인다. 2001∼2007년 중 50%에 근접하던 민간소비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밑돌면서 2010∼2012년 30%대 후반으로 낮아졌다.
소비의 안정성 약화는 잠재성장률 하락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보고서는 비은행권 가계대출 비중이 늘면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는 만큼 저금리 전환대출, 서민우대금융 등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계대출 중 비은행권 대출의 비중은 2006년 29.9%에서 지난해 34.4%로 늘었다.
◆복지분야 의무지출·공공기관 부채 증가 경계해야
국민연금은 2060년 기금 고갈이 예상되고, 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 지출 증가도 예견된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체계적인 관리가 절실하다. 보고서는 대내외 위험요인(유럽 재정위기 및 저성장)과 잠재성장률 하락, 복지수요 증가 등 구조적인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어 충분한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의 부채도 장래 국가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7∼2011년 공공기관 부채는 249조3000억원에서 463조5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를 반영한 경제정책 방향을 다음달 5일까지 마련키로 했다. 국정과제로 제시된 복지 확대에 의한 국민행복 재원 마련 방안, 경제부흥, 부문 간 균형성장 등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조세정책 청사진을 만들고 대선 공약 이행 재원을 마련하고자 가동한 ‘조세개혁추진위원회’의 논의 방향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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