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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 자질부터…CCTV에 맡겨 될 일 아니다"

입력 : 2013-05-02 20:59:03 수정 : 2013-05-02 20: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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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폭행…근본적 해결책 뭔가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이번만큼은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모든 어린이집에 CC(폐쇄회로)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지만, 보육교사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이는 데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열악한 근무환경이 아동 폭행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근무조건이 개선돼야 보육교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해 사명감 있는 교사 선발로 보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CCTV가 능사인가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는 보육교사의 신고나 양심선언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말을 못하는 영유아가 당한 폭행을 입증해주는 유일한 단서다. 그동안 시비를 다투는 여러 어린이집 폭행사건에서 결정적인 증거물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CCTV가 있으면 원장이나 교사들이 아이에게 함부로 할 수 없고, 폭행을 당했더라도 증거를 확보할 수 있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음 ‘아고라’ 청원게시판에는 ‘모든 어린이집 예외없는 CCTV 설치 법안 발의’ 서명운동이 2일 현재 목표치인 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 같은 이유로 서울시는 2009년 서울형어린이집을 도입하면서 학부모들이 인터넷으로 어린이집의 보육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IPTV와 CCTV 설치를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보육교사들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추진 중단을 권고함에 따라 무산됐다. 복지부는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2011년 보육교사와 원장, 학부모 3자가 동의했을 때만 설치하도록 지침을 정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서울시내 6538개 어린이집 가운데 1199개 어린이집에 총 5980대의 CCTV와 IPTV가 설치돼 있다.

CCTV가 아동학대를 막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CCTV가 있다 해도 화장실 등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저장용량도 7∼8일을 넘기지 못하는 등의 물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육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보육현장에 불신과 혼란을 가져와 ‘벼룩 잡으려다 초가산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숙명여대 서영숙(아동복지학) 교수는 “CCTV는 보육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부모와 교사의 신뢰관계가 무너진 상태에서 어떻게 아이를 맡기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가뜩이나 근무여건도 열악한데 인격적으로도 존중받지 못하니 학생들이 보육교사를 하지 않으려 하고, 어린이집에서는 교사 구하기가 어려우니 자격증만 있으면 가리지 않고 뽑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도록 보육의 질을 높이려면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근무여건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복지부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 1명이 돌보는 법정 아동수는 0세(12개월 미만)는 3명, 1세는 5명, 2세 7세, 3세 15명, 4세는 20명까지 늘어난다. 0세반을 제외하고는 담당아동이 2명씩 더 늘어날 수 있다.

초등학교 한 반의 정원이 27명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훨씬 손이 많이 가는 어린이집의 교사당 아동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다. 밥도 못 떠먹는 영유아 여러명을 혼자 먹이고 재우고, 안아주다 보면 극심한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법정 아동수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근무시간과 보육 외에 각종 가욋일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근무시간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9.9시간이었다. 월평균 급여는 144만3000원, 가정어린이집은 120만원도 채 안 된다.

서 교수는 “유치원은 교사가 5시간 수업한 뒤 나머지 시간은 수업준비를 하고 대신 보조교사가 나머지 시간에 아이들을 책임지는데, 어린이집은 보육교사 혼자 종일 아이를 돌보고 잡무까지 한다”며 “시간이 없으니 직무교육조차 못 받거나 그나마도 쉬는 토요일에 연수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근무여건이 열악하다고 아동을 폭행하는 것이 합리화 또는 일반화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어린이집 아동학대 가해자들의 특성을 조사(2011년)한 결과 ‘양육태도와 방법 부족’이 52.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격 및 기질 문제’가 16.4%,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이 14.1% 순으로 나타났다.

양육태도와 방법 부족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아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대학에서 아동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학점은행제나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교육훈련시설에서 1년 과정을 거쳐 자격증만 따면 누구나 보육교사가 될 수 있다.

육아정책연구소 유해미 박사는 “보육교사 양성과 재교육 과정에서 아동학대 방지뿐 아니라 아동권리 전반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어린이집 평가에서도 이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보조인력 지원 등을 통해 교사들의 노동 강도를 덜어주고, 교사 간 상호 감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미·윤지로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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